[비즈 칼럼]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숨은 영웅 ‘선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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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한국은행은 지난 5일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6194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처음으로 일본의 3만 5793달러를 넘어섰다. 1960년대 이후 추진한 수출주도형 경제발전 전략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이적 발전의 이면에는 우리 선원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다. 과거 60~70년대 해외 국적 선원은 파독 광부·간호사 대비 4배 이상의 달러를 국내로 송금하여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졌고, 현재는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책임지고 있다.

선원은 망망대해를 넘나드는 불굴의 정신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글로벌 물류 공급망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또한 그들이 있어 섬 지역 주민의 해상교통권이 보장되고, 어선을 통한 수산물 생산도 가능하다. 우리의 선원은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지금도 헌신하고 있다.

그러나, 선원의 중요성에 비해 사회적 위상과 처우는 따라가지 못한다. 젊은 층은 선원으로의 진로 선택을 망설이고, 신입 해기사의 5년 내 이직률은 78%에 이르고 있다. 결국 적정 수준의 선원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선원 분야도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뿌리가 약해지면 나무의 생기가 떨어지듯 선원 기피 현상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해운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다.

해양수산부는 그동안 직업으로서 선원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작년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이 대표적이다. 선원의 근로소득 중 비과세 범위를 확대했고, 선원의 일과 삶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노·사·정 합의를 추진하였다.

정부의 노력에 선원노조와 해운업계는 화답하여 작년 노·사·정 공동선언을 통해 선원의 연중 승선 기간을 줄이고 유급휴가는 늘리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해운업계는 선원 복지 향상을 위해 ‘선원기금재단’을 출범하고, 선내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와 장기 승선 장려금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6월 21일은 ‘선원의 날’이다. 선원의 헌신을 기억하고 그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작년 국회는 여야 합의로 선원법을 개정하여 매년 6월 셋째 주 금요일을 ‘선원의 날’로 지정했다. 올해 첫 번째 기념식은 우리나라 해사인력 양성의 요람인 국립한국해양대학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을까? 선원이 자부심을 느끼며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수출입 물류와 민생경제라는 꽃을 피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과제이다. 제1회 선원의 날이 선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그들의 위대한 항해를 응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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