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계파 ‘혁신회의’ 의원만 40명…친명 DNA ‘처럼회’도 몸집 키우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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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권력 지도, 민주당 계파 분석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 178석으로 출발했다. 이번엔 171석이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었다곤 하나 사상 초유의 일들을 거침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그 이면에 친명계 중심으로 재편된 권력 지형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두각을 드러낸 이들은 더민주전국혁신회의다. 혁신회의는 총선 전만 해도 이재명 대표를 적극 지지하고, 비명계 공격에 앞장 선 강성 친명 원외 모임이었다. 공천 국면에서 비명계를 겨냥해 “배신자 처단”을 외쳤지만 원내 영향력은 크지 않아 별동대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비명횡사’ 기조 속에 대거 공천장을 거머쥐면서 혁신회의에서 당선인 31명을 배출하며 당내 최대 계파로 위상이 수직상승했다는 평가다. 편법 대출 논란을 빚은 양문석 의원, 막말 논란에 휩싸인 김준혁 의원 등이 혁신회의 타이틀을 달고 국회에 입성했다.

이달 초에는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3선 전현희 의원, 안호영(3선)·강선우(재선)·김승원(재선) 의원 등이 혁신회의에 합류했다. 대장동 사건을 변호한 박균택·양부남·김동아·이건태·김기표 의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혁신회의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현재 현역 의원만 40여 명이고, 합류를 타진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혁신회의 소속 의원들은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김우영), 전략기획위원장(민형배), 조직사무부총장(황명선), 법률위원장(박균택) 등 당의 요직에도 대거 기용됐다.

더좋은미래, 친명·친문 등 모여 계파색 옅어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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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회의 2기 출범식을 두고는 “신(新)주류로 등극한 강성 친명 세력의 대관식 같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이 대표가 축사를 보냈고,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장경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당원도 1000명 가까이 몰렸다.

이들은 최근 당원권 강화를 주장하며 친명 지도부와 한 몸처럼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앞서 지도부가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를 뽑는 당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를 반영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띄우자, 혁신회의는 기다렸다는 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호응했다. “당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는 당원투표 100%로 뽑아도 상관없다”(10일 양문석 의원)는 의견까지 나왔고, 김용민 의원 등 혁신회의 소속 의원이 참여하는 당원권 강화 연구모임도 최근 결성됐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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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 속에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12일 국회의장 후보, 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는 당규 개정을 확정했다. 계파색이 옅은 재선 의원은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개딸’의 공세가 쏟아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게 바로 혁신회의”라고 했다.

혁신회의가 내세우는 당원권 강화는 결국 이 대표의 대선 가도와 직결돼 있다는 평가다. 권리당원 상당수가 이 대표의 열성 지지층인 만큼 향후 당내 의사 결정이나, 대선 후보 선출 등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힘이 실린다는 것이다. 이미 혁신회의 인사들은 공공연하게 “우리 목표는 이재명 대통령 시대 만들기”(김우영 의원)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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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부상한 혁신회의와 달리 지난 국회에서 친명 초선 모임으로 주목받았던 처럼회는 근래 부침을 겪었다. 최강욱·김남국 전 의원 등 주축 멤버가 물의를 빚고 이탈해, 한때 소속 의원이 10명 이하로 줄면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22대 국회 개원 뒤 장경태 최고위원 등이 영입에 나서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후 김동아·모경종·부승찬·한민수 의원 등 친명 초선 의원이 합류해 몸집을 불렸다. 처럼회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기존 멤버가 만장일치로 동의한 의원만 신규 회원으로 받아 소수 정예로 꾸렸다”며 “검찰·언론 개혁과 관련한 각종 입법 및 정부·여당 견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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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DNA를 공유하는 혁신회의와 처럼회를 두고 “혁신회의는 당원권 강화 및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처럼회는 특검법 등 공격적 입법에 집중해 투트랙으로 역할 분담을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모임에 모두 몸담은 의원도 김동아·김승원·김용민·모경종·민형배·한민수 의원 등 10여 명이다.

반면 친문계는 위축됐다. 한 친문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 학살’ 수준으로 친문계가 배제된 뒤로 친문 모임도 힘이 확 빠졌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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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21대 국회에서 소속 의원만 64명일 정도로 최대 계파로 위세를 떨쳤던 민주주의4.0은 현재 소속 의원이 25명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권칠승·맹성규·박정·송기헌·한병도 등 3선 의원과 고민정·김영배 등 재선 의원이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고 한다. 오는 1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지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특강을 연다. 김영배 의원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은 민주 정부 4기 출범을 목표로 모임을 재정비할 것”이라며 “한반도 이슈와 민생 정책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문재인 청와대에서 일했던 의원들 주도로 새 모임도 결성됐다. 매월 첫 화요일에 모임을 갖는다는 의미의 ‘화초회’다. 진성준(정무기획비서관), 한병도(정무수석), 윤건영(국정상황실장), 이용선(시민사회수석), 박수현(대변인) 의원 등이 참여했다.

김근태계 민평련, 기초단체장 목민포럼도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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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회 결성 뒤 당내에서 “친문계가 재결집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화초회 관계자는 “계파색은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화초회 소속 한병도 의원은 “청와대에서 일하며 민생·경제·외교안보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의원이 많기 때문에 정책 싱크탱크로 모임을 키워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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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는 1999년 출범해 25년간 명맥을 이어온 김근태계 의원 모임이다. 최근 활동은 뜸하지만, 지난달 16일 민평련 좌장 우원식 의원이 당 국회의장 경선에서 추미애 의원을 꺾자 “민평련계 지지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인영(5선)·서영교(4선)·허영(3선) 의원 등이 민평련 소속이다.

이밖에 기초단체장 출신 의원 모임인 목민포럼은 나주시장을 지낸 신정훈 의원이 좌장을 맡았고, 김성환(3선)·서삼석(3선)·이해식(재선) 의원 등 20여 명이 속해 있다. 당 관계자는 “단체장으로 잔뼈가 굵은 의원이 많아 무시 못 할 계파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3선의 강훈식 의원이 대표를 맡은 더좋은미래는 소속 의원 수만 따지면 혁신회의에 버금간다. 하지만 친명·친문계는 물론 비명계 등 다양한 의원들이 속한 계파색이 옅은 모임이다.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은 기후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4일 출범했다. 재선 이소영 의원이 대표를 맡았고, 환경부 장관을 지낸 한정애 의원과 초선 박지혜 의원 등 14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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