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4%만 휴진 신고…'빅5' 참여도 저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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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4호 01면

18일 의협 집단 휴진 예고

보건복지부는 14일 “오는 18일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은 총 1463곳으로 전체 진료 명령 및 휴진 신고 명령 대상 의료기관 중 4.0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와 지자체는 대한의사협회가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하자 지난 10일 총 3만6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의료기관 중 치과의원과 한의원 제외)에 진료 명령 및 휴진 신고 명령을 발령했다. 복지부는 “18일엔 전체 의료기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예정”이라며 “의료기관은 휴진 신고를 했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당일 진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휴진 신고 의료기관이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18일 전면 휴진 참여율도 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다”(최안나 의협 대변인)는 의협 주장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빅5’ 등 주요 대형병원도 진료 일정 변경 등 가시적인 움직임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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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중 한 곳인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휴진을 사유로 진료를 변경한 교수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도 “휴진에 참여하겠다는 교수가 극히 드물어 원장 불허 방침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연가 사유에 집단 휴진 동참 의사를 밝힐 경우 내부 결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분만병의원협회·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어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도 이날 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체는 “뇌전증은 치료를 중단할 경우 사망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만큼 약물 투여를 절대 중단해선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 측 “휴진 사유로 진료 변경한 의사 아직 없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4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4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노조 등 병원 직원들이 휴진으로 인한 진료 예약 변경 업무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휴진을 원하는 교수들도 환자에게 직접 연락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빅5 계열의 한 병원장은 “진료 변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휴진은 미미할 것이고 설사 휴진하더라도 지속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가운데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료연대)는 이날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은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로 국민 여론이 뭔지 확인됐는데도 불구하고 의사 수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며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명확한데 의사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태석 서울대병원 분회장은 “서울대병원의 경우 오는 17일 본관·어린이병원·암병원 모두 휴진이 예상된다”며 “지금도 암 환자들 수술과 진단·치료가 미뤄지고 있는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 휴진은 해결의 어떤 실마리도 되지 못한다”며 “지금이라도 집단 휴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노조가 소속된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관계자 등이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앞에서 의사 집단 휴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서울대병원 노조가 소속된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관계자 등이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앞에서 의사 집단 휴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도 “진료 예약 변경을 왜 간호사들이 하느냐. 직접 하시라”며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나섰다는데 진료할 때 협업하는 병원 노동자들의 고통은 보이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나섰다. 인터넷 환자 카페에도 “예약이 취소될까 봐 일이 손에 안 잡힌다” “고위험 산모라서 큰 병원으로 옮긴 건데 너무 불안하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 의협보다 하루 빠른 오는 17일 휴진을 결정한 서울대 의대·병원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휴진 강행을 재확인하는 한편 환자들에게도 사과 입장을 밝혔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마지막 몸부림으로 전체 휴진을 결의했지만 정부를 향한 이런 부르짖음이 서울대병원을 믿어온 중증·희귀질환 환자에게 절망의 소리가 될 것이라는 걸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저희가 말씀드린 전체 휴진이란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의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신장투석실은 열고 분만도 당연히 할 것”이라며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가 진료를 유지한다고 밝혔는데 당연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 언론 담당인 오승원 교수는 “현재 비대위 쪽에 (휴진에 따른) 예약 변경을 요청하는 교수가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을 합해 20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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