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공사 역할 늘린다지만…‘부채비율’ 규제에 발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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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부채중점관리제도의 명암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인천시 계양테크노밸리 부지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인천시 계양테크노밸리 부지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3기 신도시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지방도시공사의 사업 참여 확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지방 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도시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선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데 정부의 재정건전성 유지 기조에 맞춰 부채 비율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라 추가 여력을 내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올해 초 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해왔던 3기 신도시 개발에 지방주택공사의 역할을 키워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침체한 지역경제와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한 목적이다. 이를 위해 택지개발을 통해 발생한 개발이익의 일정액(20~25%)을 거둬들이는 개발부담금 규제를 완화하고 건설사의 유동성 부담을 줄여주는 등 지원 방안을 강구했다.

하지만 13일 지방공사 등에 따르면 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발목을 잡는 건 정부의 ‘부채중점관리제도’다.

기존에는 전년도 결산기준 부채 규모 1000억원 이상 또는 부채비율 200% 이상인 공사·출자출연기관을 부채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했는데 지난해 10년 만에 제도가 개편됐다. 올해 적용되는 개편안에선 부채가 1000억원이 넘더라도 수익성이 양호한 기관은 제외하는 등 일부 지표가 완화됐으나 관리체계는 2단계로 강화됐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그간 부채중점관리기관만 지정해 ‘클린아이’(지방공기업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시하는 것에 그쳤다면 앞으론 부채중점관리기관(1단계)으로 지정된 기관 중 재무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큰 기관을 추가 심의해 부채감축대상기관(2단계)으로 지정한다. 부채감축대상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행정안전부는 공사채 사전승인 거부(차환포함) 등을 통해 실질적인 부채감축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지방공사들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부채가 다시 급증할 가능성이 높고 공사채 발행 사전 승인에서도 많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도시공사(iH) 같이 비교적 자본 규모가 작은 지방공기업은 부채비율이 높게 책정돼 각종 사업 추진 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2022년 결산 기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부채는 18조1688억원으로 5조9894억원을 보유한 iH보다 부채가 12조1794억원이나 많지만, 자본이 3배 이상 많아 부채비율은 185.5%에 그쳤다. iH의 부채비율은 199%를 기록했다. iH의 관계자는 “뼈를 깎는 노력에도 자본금 규모가 작아 비율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올해 용지 신규매각 계획과 매각실적이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iH의 경우 재정 수익 상당 부분을 개발사업에 따른 용지 매각으로 충당하는데 올해 신규매각 계획은 약 1조1000억원에서 75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와중에 낙후된 원도심 재생사업과 주거복지 등 정부·지자체 정책 사업과 인천광역시 청사 매입자금까지 마련해야 해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iH 관계자는 “우리 공사는 시 정부로부터의 자본금 확충(현물출자 등)을 통한 부채비율 감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경기도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2026년까지 4000억원 이상의 출자를, 대전시도 대전도시공사에 6000억원을 출자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 차원의 효율적 부채비율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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