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벗고 한강 뛰어든 여대생…김수영 “아방가르드한 여자” [백년의 사랑]

  • 카드 발행 일시2024.06.14

김수영 시인의 아내, 김현경 여사가 들려주는 ‘백년의 사랑’(2)

지난 이야기

1968년 6월 15일 밤, 서울 마포구의 언덕길에서 술에 취한 중년 남자가 비틀거리다 버스에 치여 사망한다. 비극의 주인공은 시인 김수영(1921~1968). 그의 아내 김현경(97) 여사는 여전히 김수영 시인의 기억을 간직한 채 경기도 용인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백수(白壽)를 바라보는 그가 ‘백년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수영이 첫사랑에게 버림 받고 방황하던 1942년 일본 유학 시절, 10대 소녀 김현경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김수영과 동숙하던 이종구가 ‘사랑하는 조카딸’이라며 예뻐하던 김현경을 소개해줬다. 김현경은 이종구와 김수영을 모두 '아저씨'라 불렀다. 세 사람은 국경을 넘어 편지를 주고 받으며 문학을 논하는 문학동지였다.

김현경이 이화여대 2학년이던 1947년. 첫사랑 배인철 시인과 데이트 도중 세 발의 총성이 울린다. 한 발은 김현경의 옆구리를 스쳤다. 머리에 총을 맞은 배인철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백년의 사랑 (1)

남로당이었던 배인철을 우익이 제거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경찰은 치정 문제로 몰고 갔다. 김수영·박인환, 이종구와 그의 동생 이진구 등 김현경과 문학을 이야기하던 남자들이 모조리 경찰서로 불려가 문초를 당했다. 김수영이 가장 혹독하게 시달렸다. 그러나 당연히 그들 중 범인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