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 출신 ‘헝그리 복서’…김기수에 꽂힌 박정희
![세계 챔피언 김기수 선수가 '권일도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 왼쪽에서 넷째가 필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406/12/453ca06c-2f64-47b9-b033-7cd4761aa1fe.jpg)
세계 챔피언 김기수 선수가 '권일도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 왼쪽에서 넷째가 필자.
1965년 어느 날 박정희 대통령이 나를 청와대로 불렀다.
“우리나라에 동양챔피언 있는 거 알아?” 뜻밖의 질문이었다.
“무슨 챔피언 말씀입니까?” “이거.”
박 대통령은 싱겁게 웃으며 가벼운 훅을 날려 보였다.
“그쪽은 취미가 없습니다.”
“김기수란 친구가 있어. 물건이야. 굉장히 세다는데, 우리 국민의 사기 진작을 위해 세계챔피언도 나와야지. 다른 나라를 이겨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해.”
대한중석을 살려냈으니, 권투를 후원해 보라는 뜻이었다.
“세계챔피언 되는 데 뭐가 필요한지 물어보고 도와주게.”
일부러 한 발짝 뒤로 뺐다.
“중석 하랴, 제철소 공부하랴, 힘듭니다.”
“여보게, 그것도 국가사업이야.” 대통령이 싱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