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폭탄 맞은 줄"...4.8 규모 지진에 전국이 놀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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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북 부안에 진도 4.8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부안군 보안면 한 창고 벽에 금이 가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12일 전북 부안에 진도 4.8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부안군 보안면 한 창고 벽에 금이 가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동북초 교사 "폭격 맞은 듯 건물 흔들렸다"

12일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에서 진도 4.8의 지진이 발생하자 긴급 대피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일반 주민은 물론 공무원·학생들까지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는 등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또 일부 건물 벽에 금이 가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등 피해도 잇달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지진은 오전 8시 26분쯤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5.70도, 동경 126.72도, 진원 깊이는 8㎞로 추정된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기상청은 지진파 중 속도가 빠른 P파를 자동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지진 규모를 4.7로 추정했다가 추가 분석을 거쳐 4.8로 조정했다.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동북초 고동호(50) 교사는 1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날벌레를 치우려고 복도에 나왔는데 갑자기 '쿵' 하는 굉음과 함께 (1층짜리)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며 "처음에는 (북한에서 보낸) 오물 폭탄(풍선)인 줄 알았는데 지진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북초엔 현재 학생 14명이 재학 중이고, 교사는 고 교사를 포함해 4명이 근무한다고 한다. 고 교사는 "(지진 발생 직후) 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으로 대피했다"며 "천장에 걸어둔 식물도 떨어지지 않았고,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고 했다.

12일 오전 전북 부안에서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이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창문 등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12일 오전 전북 부안에서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이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창문 등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50대 부안 토박이 "차가 들이받은 줄…" 

주민도 집이나 건물 밖으로 황급히 대피했다. 부안엔 현재 4만8700여명이 산다. 부안군 보안면에 사는 최훈규(51)씨는 "이렇게 강도가 센 지진은 난생처음"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2층 단독 주택인데 5~6초간 베란다 창문 등 집 전체가 흔들렸다"며 "차가 들이받은 줄 알고 밖에 나갔다가 긴급 재난 문자를 본 뒤에야 지진인 줄 알았다"고 했다.

관공서 직원들도 혼비백산한 건 마찬가지였다. 지진에 놀란 부안군 공무원 400여명은 이날 청사 밖으로 몸을 피했다. 신정승 부안군 홍보팀장은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온몸이 흔들릴 정도로 지진이 심했다"며 "곧바로 사이렌이 울리고 안내 방송이 나와 전 직원이 밖으로 대피했다가 여진이 없어 사무실로 복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마다 전화로 부모님과 자녀 등 안부를 물었는데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안전총괄과에서 지진 관련 피해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12일 지진이 발생하자 전북 김제 지평선고 학생들이 건물 밖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12일 지진이 발생하자 전북 김제 지평선고 학생들이 건물 밖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전국 315건 유감 신고…부안만 114건 피해 접수

이날 지진은 전국에서 감지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유감 신고는 315건 접수됐다. 전북 77건을 비롯해 서울 13건, 부산 2건, 대구 1건, 광주 23건, 대전 21건, 세종 9건, 경기 47건, 강원 2건, 충북 42건, 충남 43건, 전남 24건, 경북 6건, 창원 5건 등이다.

부안 지역을 중심으로 벽이 갈라지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등 피해 신고도 잇따랐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피해 신고 9건이 접수돼 펌프카가 출동했다.

'창고 벽에 금이 갔다'(부안군 보안면) '주택 유리창과 벽에 금이 갔다'(부안군 하서면) '화장실 타일이 깨졌다'(부안군 백산면) '연립주택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다'(부안군 부안읍) '주택 담이 기울어졌다'(익산시 남중동) '게스트하우스 지하주차장 바닥이 들떴다'(부안군 변산면) '경로당 화장실 타일이 깨졌다'(부안군 부안읍) '편의점 진열대에서 음료수가 쏟아졌다'(부안군 행안면), '주택 창고에 금이 갔다'(정읍시 하북동)는 내용이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다고 소방청은 밝혔다.

이와 별도로 부안군이 이날 오후 5시까지 접수한 피해 신고는 114건이었다. 대부분 주택·창고의 벽·담장·타일 등에 금이 가거나 유리창이 파손됐다는 내용이다. 공공시설로는 부안군 상하수도사업소 2층 회의실 바닥이 균열됐다는 피해 신고도 포함됐다. 전북 전체로는 140건이다.

12일 발생한 지진 여파로 부안군 행안면 한 편의점 진열대에서 음료수 등이 바닥에 쏟아졌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12일 발생한 지진 여파로 부안군 행안면 한 편의점 진열대에서 음료수 등이 바닥에 쏟아졌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전북·충남 2개 학교 단축 수업

부안을 중심으로 일부 학교도 지진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부에 따르면 오후 4시 30분 기준 ▶동진초(유치원 출입문과 급식실 천장 텍스가 떨어져 나감) ▶하서초(건물 모서리 금이 감) ▶계화중(담장이 파손되고 2, 3학년 교실 벽 금이 감) ▶상서중(숙직실 파손) 등 부안(9개 학교)을 비롯해 김제·익산·정읍·전주·군산 등 모두 19개 초·중·고교에서 시설물 피해가 났다. 이 중엔 대전에 있는 초등학교 1곳에서 벽 일부에 균열이 생긴 것도 포함됐다.

전북 전주시에 사는 서모씨는 "집에 있는데 유리창이 몇 초간 흔들렸다"며 "공사장 폭발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시에 사는 한 주민은 "집이 흔들려서 얼른 밖으로 나갔다"고 전했다. 전주시 덕진구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진앙지에서 48㎞ 정도 떨어진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에서도 지진이 감지됐지만, 별다른 피해가 없어 원전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 한빛원전에는 1000㎿ 규모 원전 6기가 있다.

지진 여파로 일부 학교는 학사 조정에 들어갔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북·충남 2개 학교에서 단축 수업을 했다.

1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한 주택 벽에 금이 가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1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한 주택 벽에 금이 가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올해 한반도 지진 중 최대 규모" 

한편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번 지진은 기상청이 계기로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1978년 이래 전북에서는 가장 강한 규모다. 국내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5월 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한 이후 약 1년여 만이다. 육지에서 발생한 것으로는 2018년 2월 11일 경북 포항시 북구 북서쪽 4㎞ 지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하고 6년여 만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은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이며, 주로 경주·포항 등 경북을 중심으로 강진이 발생했다.

이날 여진은 오전 9시 50분까지 규모 2.0 이하로 11차례 발생했다. 지진이 기상청 관측망에 최초 관측된 시점은 발생 2초 후인 오전 8시 26분 51초였고, 관측 후 10초가 지난 오전 8시 27분 1초 규정에 따라 전국에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이날 오후 1시 55분쯤 부안군 남쪽 4㎞ 지역에서 진도 3.1의 여진이 발생해 부안·정읍·김제에서 유감 신고 6건이 접수됐으나 피해 신고는 없다고 전북자치도소방본부는 전했다.

12일 오전 전북 부안에서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이 한 주택 보일러 시설 등에 대한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12일 오전 전북 부안에서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이 한 주택 보일러 시설 등에 대한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윤 대통령 "비상대응 태세 점검하라"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지진 상황을 보고받고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국가기반시설 등에 대해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등 제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추가적인 여진 발생에 따라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신속·정확하게 전파하고, 비상 대응 태세를 점검하라"고 당부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또 지진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지진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발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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