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첨단반도체 숨통 끊기?…"美, GAA·HBM 추가 규제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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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등을 위해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 및 관련 기술에 대한 대중국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미 첨단 반도체는 물론 생산 장비의 수출을 차단한 미국이 미래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까지 원천 차단하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대중국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대중국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추가 규제가 검토되는 분야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 기술과 고대역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다. 이중 GAA는 기존 트랜지스터 구조의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AI를 비롯한 최첨단 기술을 구현하려면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의 로직(시스템) 반도체가 필요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GAA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린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뜻한다. GAA가 넓은 개념의 미래 반도체의 핵심 기술이라면, HBM은 AI 장비 구축을 위해 당장 필요한 반도체로 평가된다.

블룸버그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조치는 중국의 GAA로 알려진 최첨단 칩의 설계 구조의 사용능력을 제한하려는 것”이라며 “목표는 중국이 AI 모델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교한 컴퓨팅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기술 상용화 전에 이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25일 뉴욕주 시러큐스의 밀턴 J. 루벤스타인 박물관에서 칩스 및 과학 법안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25일 뉴욕주 시러큐스의 밀턴 J. 루벤스타인 박물관에서 칩스 및 과학 법안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특히 기술 개발 단계를 거치고 있는 GAA에 대한 규제를 선행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는 최근 GAA 규제와 관련한 초안을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 자문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구체적 규제 대상과 일정 등을 논의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다만 “잠재적 규칙의 범위를 결정하는 과정으로, 최종적 규제가 언제 결론이 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와 관련 “관련 기술 통제는 이미 꽤 오랜 기간 논의가 돼 왔던 사안”이라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취했던 범용 반도체 관련 규제와 달리, 이번 조치는 중국의 미래 첨단 기술 개발을 봉쇄하거나 최소한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의 대중 수출 등이 없거나 미미하기 때문에 당장의 타격은 없겠지만, 장기적 대응책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컴퓨터 마더보드 위에 TSMC의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컴퓨터 마더보드 위에 TSMC의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대중국 규제 확대 조치에 이어 내년부터 엔비디아, 인텔 등이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와 함께 GAA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구상을 마련하고 있다. 또 HBM 생산에서 80% 이상의 수율을 달성한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와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이 HBM 생산의 주요축을 맡게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웨이저자 TSMC 회장을 만나 6세대 HBM 개발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엔 외신을 통해 ‘삼성전자의 HBM이 엠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발언하면서 당일 삼성전자의 주가가 3%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반면 생산 국가를 중심으로 보면 다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이 칩스법(CHIPS Act)에 따라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첨단 반도체 생산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는 한국과 대만 업체들의 생산 거점이 빠르게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인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인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공개된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2년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지난해보다 3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특히 10㎚ 이하 첨단 공정의 비중은 현재 0%에서 28%로 확대된다. 현재 첨단 반도체 생산이 전무한 유럽과 일본의 점유율도 각각 6%와 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기존의 반도체 생산 비중은 확대된다. 그러나 AI 등 첨단 기술 개발의 핵심으로 향후 경제 및 안보와도 직결될 수 있는 10㎚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 비중은 현재의 31%에서 9%로 3분의 1 토막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대만의 생산 비중도 69%에서 47%로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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