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동물 전시 아니고 동물 복지…국내 1호 거점동물원에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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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 사자' 바람이도, 기형 독수리 하나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사전적 의미의 동물원(動物園)은 각지의 동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놓은 장소입니다. 즉, 우리 주변에서 보기 힘든 동물을 모아 사람을 위해 조성한 전시장이죠. 국내에선 1909년 창경원동물원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동물원이 개장 및 운영되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 환경 파괴 등으로 인한 멸종위기 동물 증가와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동물원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관점이 변화되기 시작했죠. 동물원이 생물다양성과 종의 보존을 위한 거점으로 의미를 갖게 된 겁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내 제1호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된 청주동물원을 찾아 변화한 동물원의 역할과 이들을 돌보는 동물복지사란 직업에 대해 알아봤어요.

변우빈·김민영 학생기자·장아원(왼쪽부터) 학생모델이 국내 1호 거점동물원인 청주동물원을 찾았다.

변우빈·김민영 학생기자·장아원(왼쪽부터) 학생모델이 국내 1호 거점동물원인 청주동물원을 찾았다.

2023년 6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수사자 바람이의 모습이 각종 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죠.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난 바람이는 2016년부터 7년 동안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의 가로 14m, 세로 6m의 좁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지냈어요. 무리 생활을 하고, 초원을 달리면서 지내는 사자에게는 감옥과도 같았죠.

바람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 동물은 한두 마리가 아닙니다.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2019년 발간한 '공영동물원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공영동물원 10개소 중 최소 6개소에서 외관상 상처·부상이 있거나 질병이 의심되는 동물이 있었어요. 의미 없는 정형행동을 반복하거나, 침울함을 보이는 동물은 10개소에서 모두 발견할 수 있었죠. 예를 들어 청금강앵무는 8개의 동물원에서 보유 중이었는데, 무려 5개의 동물원에서 털을 뜯는 자해행동을 하는 모습이 관찰됐어요. 동물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다 보니 나타난 증상이죠.

다행히 바람이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에 있는 청주랜드동물원(이하 청주동물원)이 부경동물원과 협의하면서, 비좁은 우리를 벗어나 270여㎞ 떨어진 청주동물원으로 이사했어요. 새 보금자리는 넓이가 1650㎡로 기존 우리보다 20배가량 넓으며, 흙을 밟거나 나무 구조물에 올라 간단한 놀이도 가능한 곳이었죠. 바람이의 사연은 2018년 담당직원의 관리 소홀로 대전 오월드 사육장을 탈출해 사살된 퓨마 뽀롱이에 이어 사람들에게 동물원의 운영 실태와 역할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졌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땅을 파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오소리의 습성을 반영해 청주동물원에서 오소리 사육장의 구조를 바꾸는 현장을 살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땅을 파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오소리의 습성을 반영해 청주동물원에서 오소리 사육장의 구조를 바꾸는 현장을 살폈다.

하마·기린·코끼리가 없는 동물원  

2024년 5월 환경부는 바람이가 살고 있는 청주동물원을 제1호 거점동물원으로 지정한다고 밝혔어요. 거점동물원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바람이는 이곳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를 돌보는 사육사는 누구일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거점동물원과 동물원사육사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청주동물원으로 향했어요. 권혁범 동물복지사가 오소리 사육장 앞에서 이들을 맞이했죠.

이날은 권 동물복지사가 실습을 나온 청주대 동물보건복지학과 학생들과 오소리 사육장 내에 구름다리를 만드는 날이었어요. 땅굴을 파는 것을 좋아하고, 높은 곳도 잘 올라가는 오소리를 위해 구름다리로 두 개의 사육장을 연결하고, 바닥에는 흙을 두껍게 까는 작업을 한 겁니다. 그 옆 사육장에서 오소리 한 마리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어요. "동물이 이렇게 반복된 행동을 하는 행위를 정형행동이라 해요. 그래서 오소리가 정형행동을 멈추도록 환경을 바꾸는 중이죠."(권)

권 동물복지사가 오소리 사육장 공사를 마무리하는 동안 소중 학생기자단은 청주동물원 내부를 찬찬히 둘러봤어요. 1997년 개원한 청주동물원은 청주시 산하 청주랜드 관리사업소가 관리하는 공영동물원이에요. 총 69종의 296마리가 살고 있는 청주동물원은 눈에 띄는 점이 크게 두 가지가 있었어요. 첫 번째로, 사육장마다 동물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수달이 사는 곳에는 수달 대신 오후 2시를 가리키는 시계와 안내판이 있었죠. 수달은 야행성 동물이기 때문에 오후 2시가 넘어야 활동을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관람객을 위한 전시보다는 수달의 본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두 번째로, 기린·하마·코끼리 등 동물원 하면 생각나는 대형 동물들이 보이지 않았어요.

전시용 동물에 초점을 맞춘 일반적인 동물원과 달리, 청주동물원은 부상을 입어 당분간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든 동물도 보호한다.

전시용 동물에 초점을 맞춘 일반적인 동물원과 달리, 청주동물원은 부상을 입어 당분간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든 동물도 보호한다.

민영 학생기자가 권 동물복지사에게 "아이들은 코끼리·기린·하마를 좋아하는데, 청주동물원에는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어요. "그 동물들은 우리나라 토종동물이 아니라 외래종이에요. 청주동물원은 외래종보다는 토종동물과 보살핌이 필요한 야생동물을 돌보는 것에 초점을 맞춘 동물원이에요."

오소리 사육장 맞은편에는 '이곳은 야생동물센터에서 구조됐으나, 영구장애로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물을 보호하고 있는 장소입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린 사육장이 있었어요. 바로 울산광역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구조된 참매 매르씨가 생활하는 공간이죠. "매르씨는 울산에서 유리창 충돌로 다쳤는데, 부상 때문에 야생에 방생할 수가 없어서 청주동물원으로 온 경우예요. 그곳에서는 계속 새로운 동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매르씨가 계속 머물 수는 없었거든요. 갈 곳이 없으면 안락사될 수밖에 없죠."(권)

참매는 한국·일본·유럽·북아메리카·시베리아·중국 동북지방에서 분포하는 수리목 수리과의 새예요. 한국의 천연기념물이지만, 도심에서 유리창이나 차량에 부딪혀 부상을 입거나 죽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매르씨가 구조된 울산에서는 지난 5년간 참매 21마리가 구조됐는데, 이들 중 20마리는 유리창이나 차량에 충돌해서 부상을 입은 상태였어요. 유리창 충돌방지 가이드를 부착하면 도심지 새들이 조금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지만, 그런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죠.

청주동물원의 물새장 탐조 전망대. 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전망대에 있는 쌍안경으로 새들을 관찰한다.

청주동물원의 물새장 탐조 전망대. 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전망대에 있는 쌍안경으로 새들을 관찰한다.

부리가 비뚤어진 독수리 하나도 청주동물원에서 지내고 있어요. 하나는 2017년 겨울 충북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했는데, 당시 굶주려 탈진한 상태였죠. 독수리는 겨울마다 한반도에 찾아오는 겨울 철새인데, 한국에 오는 독수리들은 대부분 몽골에서 번식한 뒤 찾아오는 1~2년생 어린 새들이 많아요. 아직 생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먹잇감이 부족한 추운 겨울에는 기아와 탈진으로 조난당하기도 하죠. 특히 하나는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비뚤어진 부리 때문에 먹이 경쟁에서 밀렸을 가능성이 높아요. 즉, 야생에서 살아남을 능력이 모자라 안락사를 당해야 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죠.

때마침 당시 청주동물원에서는 훈련을 거쳐 야생으로 돌아갈 만큼 건강을 회복한 독수리가 있었고, 그 독수리를 자연으로 방사한 대신 하나를 청주동물원으로 데려오기로 했어요. 야생에서 다시 낙오될 가능성이 높은 하나는 안락사 대신 동물원에서 보호받는 삶을 살게 된 거죠.

권 동물복지사가 하나가 있는 사육장을 살피던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맞은 편에 있는 두루미가 사는 곳을 가리켰는데, 그 앞에는 왜가리가 돌아다니고 있었죠. "두루미가 철망을 통해 자기가 먹이로 받은 미꾸라지를 집어다가 밖에 있는 왜가리에게 주는 거예요." 그 말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우와" 하며 신기해했죠. "동물들은 사회성이 높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사람보다 나은 경우도 있어요."

가파른 바위와 비탈에서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히말라야 타알의 특성을 고려한 환경에서 생활 중인 청주동물원의 히말라야 타알.

가파른 바위와 비탈에서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히말라야 타알의 특성을 고려한 환경에서 생활 중인 청주동물원의 히말라야 타알.

이렇게 사회성이 높고 행동 범위도 넓은 동물들을 좁은 우리에 가둬놓으니 정형행동이나 우울증 등 이상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동물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기로 했어요. 청주동물원에는 과거 스라소니가 살던 사육장을 관람객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한 공간이 있어요. 입구를 통해 사육장 안에 들어서자 빽빽이 들어선 철장이 시야를 가렸죠.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청주동물원은 부지가 넓은 편은 아니에요. 동물을 위한 환경이나 시스템도 부족하고 발전해야 하는 부분도 많고요. 그럼에도 햇빛도 제대로 못 보고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고통받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는 보장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동물원 전시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고, 동물 복지에 대한 개념도 높아졌으니까요." 이는 청주동물원이 동물원사육사를 동물복지사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해요. 동물원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호칭에도 반영된 것이죠.

거점동물원의 의의와 역할 

동물을 관람객을 위한 전시보다는 복지의 개념으로 보호하는 청주동물원의 행보는 국내 거점동물원 1호로 지정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해요. 거점동물원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함에 따라 새로 도입된 제도예요. 사회적 인식 변화로 동물원 전시동물의 서식환경과 이들에 대한 교육·연구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모범 동물원으로서 해당 권역 내 동물원 관리·지원 상담, 공동 연구 및 전문 교육 등 수행하는 거점동물원이 지정된 것이죠.

영화 '동물, 원'의 한 장면. 박람이는 평생 좁은 호랑이사에서 갇혀 지내다 하늘나라로 갔다. 박람이의 사연은 청주동물원이 호랑이사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시네마달

영화 '동물, 원'의 한 장면. 박람이는 평생 좁은 호랑이사에서 갇혀 지내다 하늘나라로 갔다. 박람이의 사연은 청주동물원이 호랑이사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시네마달

5년 단위로 활동기한을 정해 지정하는 거점동물원은 동물원수족관법에서 명시한 시설 및 인력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해요. 시설 요건에는 면적 1만㎡ 이상, 동물병원, 교육시설, 연구 및 방사훈련 시설, 검역 및 수의장비가 포함됩니다. 인력 요건에는 운영·관리 5명 이상, 사육·복지 8명 이상, 시설·조경 2명 이상, 수의 4명 이상이 포함돼요. 환경부는 청주동물원이 해당 시설 요건과 인력 요건을 모두 충족할 뿐만 아니라, 그간 보여준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 야생동물 관리 경험, 향후 추진 의지 등을 고려해 중부권(강원·충청) 거점동물원의 역량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어요. 향후 수도권, 호남·제주권, 영남권의 거점동물원도 지정할 계획이에요.

아원 학생모델이 "거점동물원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나요"라고 궁금해했어요. 앞서 환경부는 거점동물원의 역할로 권역 내 동물원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홍보, 동물질병 및 안전관리 지원, 동물 종 보전·증식 과정 운영 등을 밝힌 바 있어요. 그중에서도 주된 활동은 권역 내 동물원과 동물원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홍보가 될 예정입니다. 청주동물원이 속한 중부권에는 영세하거나 동물 관리 능력 향상이 필요한 다른 동물원들이 있어요. 청주동물원이 거점동물원으로서 이들을 대상으로 동물 관리나 시설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거죠. 또 앞서 살펴본 것처럼 청주동물원은 현재 부상을 입은 여러 종류의 동물을 보호 중인데요. 관람객에게 이 동물들이 다친 이유와, 이들과 안전하게 공존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에 대한 대국민 홍보 역할도 할 예정입니다.

동물질병 및 안전관리 지원도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데요. 영세한 동물원 중에는 동물을 위한 의료 인력과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도 많죠. 청주동물원은 그간의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를 이들과 공유하고, 필요하다면 인력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동물원은 여러 종류의 동물이 생활하고, 사람도 오가는 공간이라 조류 독감이나 인수공통감염병이 퍼질 가능성도 있죠.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필요한 가이드라인 등을 공유하는 겁니다. 또 퓨마 뽀롱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동물이 동물원에서 탈출하지 않고 머물 수 있도록 점검해야 하는 사항 등도 다른 동물원과 공유할 예정이에요.

이외에 권역 내에서 동물 종 보전·증식이 필요한 경우 공익사업 참여 차원에서 청주동물원이 함께 참여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권역 내에 위치한 소백산에 여우를 방사할 경우, 청주동물원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죠.

2023년 갈비뼈가 드러난 앙상한 몸 때문에 '갈비뼈 사자'로 불리던 바람이. 지금은 건강을 회복해서 야외방사장에서 동료 도도와 함께 잘 지낸다.

2023년 갈비뼈가 드러난 앙상한 몸 때문에 '갈비뼈 사자'로 불리던 바람이. 지금은 건강을 회복해서 야외방사장에서 동료 도도와 함께 잘 지낸다.

거점동물원 지정 및 운영이 시작된 지 아직 한 달 남짓이기 때문에 청주동물원도 아직은 구체적 역할을 계획 중인 단계예요. 권 동물복지사가 "1호 거점동물원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우빈 학생기자의 질문에 "'동물원의 역할이란 무엇인가'라는 명확한 가치관이 내부적으로 있어야 어려운 환경에 있는 다른 동물원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거점동물원의 임무인 권역 내 동물 종 보전·증식 과정 운영, 동물원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홍보, 동물질병 및 안전관리 지원 등은 굉장히 큰 과업이에요. 아직 초반이라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하나씩 해나가면서 최선을 다해야죠"라고 답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권 동물복지사에게 거점동물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람이의 근황을 확인하기 위해 야외방사장으로 향했어요. 때마침 바람이가 황금빛 갈기를 휘날리며 바람을 쐬고 있었죠. 2023년 7월 청주동물원에 왔을 당시 바람이는 많이 말라서 갈비뼈가 보일 정도였어요. 게다가 2004년생의 노령이라 관절도 좋지 않았죠. 하지만 청주동물원 동물복지사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아 건강을 많이 회복했어요.

"바람이가 처음에 청주동물원에 왔을 때는 사육장 내 연못에 내려가는 것도 무서워했어요. 지금은 야외방사장 내에서 운동도 많이 해서 근육이 붙은 상태예요. 야생의 사자는 평균 14~15년을 사는데, 바람이는 지금 스무 살이죠. 아직도 관절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외관상으로는 노령의 사자로 느껴지지 않죠."(권)

바람이 옆에는 2013년생 암사자 도도가 쉬고 있었어요. 원래 서울대공원에 있던 친구인데, 사회성이 떨어지는 성격 탓에 청주동물원으로 오게 됐죠. 지금은 바람이와 친해져서 잘 지내고 있어요.

권혁범 동물복지사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었던 표범 직지의 생전 모습. 직지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권 동물복지사의 휴대전화 배경화면은 직지일 정도로 애정이 남다르다. ⓒ권혁범 동물복지사

권혁범 동물복지사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었던 표범 직지의 생전 모습. 직지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권 동물복지사의 휴대전화 배경화면은 직지일 정도로 애정이 남다르다. ⓒ권혁범 동물복지사

동물과 함께 울고 웃는 동물복지사  

부상을 입은 참매부터 건강을 되찾은 사자까지. 사연을 가진 동물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잘 지낼 수 있는 건 청주동물원에서 이들을 돌보는 동물복지사들의 노고 덕분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권 동물복지사와 함께 동물원사육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봤어요.

민영: 동물복지사(사육사)라는 직업을 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장래희망이 동물복지사였어요. 그래서 대학교에서도 동물 관련 공부를 했고, 운명적으로 청주동물원에서 동물복지사로 근무하게 됐죠. 어릴 때부터 소망하던 꿈을 이뤄서 좋아요.  
우빈: 동물복지사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먼저 대학교에서 동물 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게 좋아요. 반려동물학과·특수동물학과·동물보건복지학과 등 다양한 동물 관련 전공이 있어요. 또 자격증으로는 축산산업기사자격증이 대표적이에요. 동물 관련 학문을 공부하고,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다 보면 동물원에서 일하는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죠. 그런데 동물복지사의 실무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과 동떨어진 경우도 많아서 동물복지사로 입사 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국내외 논문이나 각종 책자를 찾아보기도 해요.
청주동물원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난 동물을 추모하는 추모관 모습.

청주동물원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난 동물을 추모하는 추모관 모습.

아원: 동물복지사도 업무에 따라 여러 영역으로 나뉠 것 같아요.  
초식동물·맹수 등 담당 동물이 정해져 있어요. 저는 입사 후에 맹수를 9년 정도 전담했고, 지금은 포괄적으로 돌보고 있어요. 동물도 유대관계를 쌓던 담당 사육사가 계속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래서 청주동물원에서는 동물복지사가 한 번 담당한 동물을 계속 맡는 경우가 많아요.
민영: 동물복지사들은 사육일지에 어떤 내용을 쓰나요.
동물복지사들은 각자 맡은 동물을 매일 살피는데요. 사육일지에는 해당 일자에 있었던 전반적인 일을 써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봤던 것처럼 오소리 사육사를 정비한 과정, 어떤 개체가 아파서 주사를 맞았는지, 식욕이 떨어지진 않았는지 등이죠. 동물의 외관이나 행동을 관찰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수의사와 협조해 진료해야 하니까요.  
우빈: 그동안 돌봤던 동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은 무엇인가요.
지난해에 하늘나라로 간 표범 직지가 기억에 남아요. 직지는 2006년생인데 저와 유대관계가 가장 깊었던 친구예요. 야생동물이 동물복지사에게 오는 가장 큰 이유는 먹이예요. 그런데 직지는 먹이가 아니더라도 저를 많이 따랐어요. 그런 친구들이 하늘나라로 가면 보고 싶기도 하고, 상실감도 커요. 청주동물원에는 세상을 떠난 동물을 추모하는 추모관이 있는데, 직지의 명패가 그곳에 걸려있죠. 비슷한 업무를 반복하다 보면 마음이 해이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추모관을 찾아 마음을 다잡아요.  
아원: 동물복지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과 힘든 순간이 궁금해요.
제가 조성한 환경에서 동물들이 잘 적응하고 심적으로 안정돼서 편안한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껴요. 또 제가 만들어준 장난감을 잘 활용하면 기분이 좋죠. 하지만 직지처럼 저와 교류하던 친구들이 하늘나라로 갔을 때 심적으로 힘들어요. 신체적으로는 야외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직업이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더울 때는 덥고, 추울 때는 춥죠.  
김민영 학생기자·장아원 학생모델·변우빈(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청주동물원을 찾아 거점동물원과 동물복지사에 대해 알아봤다.

김민영 학생기자·장아원 학생모델·변우빈(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청주동물원을 찾아 거점동물원과 동물복지사에 대해 알아봤다.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발간한 ‘2023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수는 동물원이 앞으로 변화해야 하는 방향을 묻는 질문에 ‘야생에서 살 수 없는 동물들의 보호소 역할(53.2%)’, ‘야생동물 보전 연구, 서식지 보호 기관 역할(51.2%)’을 1·2순위로 택했어요. 일상에서 보기 힘든 신기한 동물을 구경하는 공간으로 여겨지던 동물원에 대한 인식이 변한 것이죠. 앞으로 동물원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요. 또 거점동물원은 국내 동물원 환경의 상향평준화에 기여하는 제도가 될 수 있을까요. 소중 독자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영화로 만나는 청주동물원

동물원의 역할을 관람객의 오락을 위한 전시가 아닌, 동물 보호와 복지로 제시한 청주동물원의 행보는 영화로도 만날 수 있어요.

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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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원'(2019)

청주동물원에서 3년간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예요. 일반 관람객 입장에서는 보기 힘든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들과 그들을 돌보는 수의사, 사육사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담아냈죠. 예를 들어 영화에는 호랑이 박람이가 척추디스크 수술을 받다가 심정지로 스무 해의 삶을 마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좁은 호랑이사에서 평생을 지낸 박람이를 통해 동물원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죠. 관람객이 오가는 동물원 울타리 뒤 청주동물원의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동물이 행복해질 수 있는 미래의 동물원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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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츄어리'(2024)

인간에 의해 착취를 당했거나 상처를 입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 시설을 생츄어리라 해요. 2024년 현재 국내에는 야생동물을 위한 생츄어리가 단 하나도 없는데요. 동물원과 야생동물구조센터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영화 '생츄어리'는 청주동물원을 생츄어리로 바꾸고 싶은 수의사, 사육 곰 생츄어리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동물복지 활동가, 그리고 생츄어리가 생기길 간절히 바라는 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앞서 2019년 '동물, 원'을 만든 왕민철 감독이 청주동물원, 공주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와 함께 제작했죠.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동물을 좋아해서 신나는 마음으로 청주동물원에 갔어요. 마침 오소리가 사는 곳이 공사 중이었죠. 오소리가 땅을 파는 것을 좋아해서 바닥에 모래를 쌓아 놓았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사자 바람이와 도도가 넓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것과, 다른 동물원과는 다르게 동물이 스스로 나와야 관람객이 볼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청주동물원은 국내 제1호 거점동물원이라 동물의 습성을 최대한 반영해 이들을 보호한다고 해서 정말 놀라웠어요. 전에도 청주동물원에 가보긴 했지만 취재하며 많은 것을 배우며 다시 보니 새롭게 보였어요.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된 청주동물원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되고, 계속해서 수많은 동물을 보호해 주면 좋겠어요. 소중 독자 여러분들도 주말에 국내 제1호 거점 동물원인 청주동물원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요.

김민영(충북 청주대성초 6) 학생기자

청주동물원은 몇 년 전 우연히 독수리 하나의 이야기를 듣고 가보고 싶은 곳이었어요. 실제로 본 청주동물원은 다른 동물원과 달리 외래종보단 우리나라 토종동물이 많았어요. 청주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이 행복하게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넓은 사육장에서 자유롭게 다니며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덜 받고 지낼 수 있어서 행복해 보이는 것 같아요. 예전에 TV에서 봤던 일명 '갈비뼈 사자' 바람이는 잘살고 있을지 걱정되고 궁금했는데 이번에 만나 볼 수 있었어요. 넓은 사육장에서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그늘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바람이를 보며 청주동물원에 감사함을 느꼈어요. 청주동물원처럼 우리나라 토종동물을 보호하는 동물원이 점점 더 많아져서 언젠가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5) 학생기자

청주동물원에 들어가서 동물을 보며 가장 좋았던 건 동물들에 공간이 넓어 다른 동물원에 동물보다 자유로워 보이는 것이었어요. 취재하러 가기 전 동물원 관련 기사를 봤었는데 동물원 동물들이 너무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동물들이 다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보였어요. 반면 청주동물원의 동물들은 좀 자유로워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오소리가 선호하는 생활 환경을 직접 조성해 주시는 걸 보니 더 좋았어요. 앞으로 이런 동물들이 자유로워 보이는 동물원이 더 많아졌으면 해요. 동물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되는 취재였어요.

장아원(경기도 위례푸른초 6)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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