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펀드·ETF ‘지루한’ 혁명, 헤지펀드 눌러 시장 구한 이유

  • 카드 발행 일시2024.06.10

📈글로벌 머니가 만난 전문가  

투자이론의 두 계보

고(故) 피터 L 번스타인은 투자이론의 진화 과정을 정리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투자아이디어』와 『리스크』 등을 썼습니다. 그는 2009년 숨을 거두기 몇 해 전에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번스타인은 인터뷰에서 “현실에선 뒤섞여 있지만 투자이론의 계보는 크게 보면 두 가지”라며 “좋은 주식을 고르는 쪽(stockpicker)이거나 마켓 포트폴리오를 사는 쪽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좋은 주식을 고르는 쪽이 오래됐습니다. 기업의 미래 현금 흐름이나 주가수익배율(PER) 등 각종 펀더멘털 지표가 이들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이들에게 경영진의 능력과 마인드 등 질적 지표도 중요합니다. 피터 린치 등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인덱스 펀드 등 패시브 펀드를 앞세워 9조 달러(약 1경2400조원) 이상을 모아 운용하고 있다. 사진은 뉴욕 본사 로고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인덱스 펀드 등 패시브 펀드를 앞세워 9조 달러(약 1경2400조원) 이상을 모아 운용하고 있다. 사진은 뉴욕 본사 로고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반면에, 마켓 포트폴리오를 사는 사람은 개별 종목을 고르기보다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가 더 좋다는 쪽입니다. 이들은 확률이론을 바탕으로 온갖 투자이론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그리고 각종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투자 수단을 진화시켰습니다.

요즘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자랑하는 블랙록 등 초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인덱스 펀드 등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두 진영은 친열하게 경쟁하고 논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머니는 이제는 이단에서 주류가 된 패시브 투자이론의 개발자들 이야기를 담은 『투자의 구원자들(Trillions)』의 지은이 로빈 위글스워스(아래 사진)를 화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로빈 위글스워스. 홈페이지

로빈 위글스워스. 홈페이지

로빈 위글스워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블로그인 알파빌(Alphaville)의 에디터다. 그는 영국 출신으로 축구팀 리버풀FC를 응원하지만 노르웨이 오슬로에 살면서 뉴욕과 런던의 팀원을 지휘하고 있다.

금융과 거리가 먼 오슬로에서 글로벌 시장을 커버할 수 있나.
아내가 노르웨이 출신이다. 여기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여기 이사했을 때는 나도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문제가 없다. 정보기술(IT) 혁명 덕분이다.

지루함 이면의 막강함 

종목을 적극적으로 골라 고수익을 좇는 액티브 펀드와 달리 패시브 투자는 세상에서 가장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이런 지루한 대상에 관심을 갖은 이유가 궁금하다.
마침 잘 물어봤다. 패시브는 주가지수 등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좇는 펀드다. 펀드매니저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놓고 시장 전체의 상승을 기다리면 되기 때문에 사실 지루한 투자 수단이다. 하지만 중요성은 아주 크다. 내가 파이낸셜타임스(FT) 시장 담당기자로 미 증시를 커버해야 했다. 그때 많은 사람이 고수익을 자랑하는 레이 달리오나 켄 그리핀 주니어 등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 등을 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때 인덱스 펀드 등이 얼마나 막강한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