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총파업 확산하나…정부 “유감” 의협 “투쟁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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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전체 휴진'을 결의한 가운데 7일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전체 휴진'을 결의한 가운데 7일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6일 전면 휴진을 결의하면서 이 같은 강경 대응이 의료계 전체로 확산할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협 “범의료계 투쟁 시작”…서울대 결정 번지나 

현재 전 회원 대상으로 총파업 투표를 진행 중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7일 “전 회원 투표 결과와 향후 대정부 투쟁 방안을 발표하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오는 9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번 대표자대회는 범 의료계 투쟁의 시작”이라며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서울대 의대 비대위)가 먼저 전체 휴진을 결의한 것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했다. 또 “이에 맞춰 전국 의사들이 함께 행동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가 전날(6일) 선언한 무기한 전면 휴진에 환영 입장을 밝히며, 같은 투쟁을 예고한 것이다.

의협은 지난 4일부터 총파업 관련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데, 총파업 결의 시 파장이 클 수 있다. 전국 19개 의대 소속 교수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 40개 의대가 속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여러 의대 교수들이 의협 투표 결과를 따르겠다고 밝혀서다.

현재 의협 투표율은 7일 오후 5시 기준 52.7%(12만9200명 가운데 6만8030명 참여)를 기록하고 있다. 의협은 대부분이 총파업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역대급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라며 “이번 대표자대회는 의료계 투쟁역사에서 교수·봉직의·개원의 등 모든 직역이 한뜻으로 행동하기로 결정·결행하는 최대 규모의 단체행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연대도 휴진 투표 검토

개별 병원 단위로 단체 행동에 대한 교수들 의견을 묻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구로병원·안산병원 등 교수들이 있는 고려대의대 비대위는 이날 회의를 연 뒤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전체 휴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용인세브란스 병원 교수가 속한 연세대의대 비대위도 전체 교수에게 휴진 의견을 묻는 걸 검토하고 있다. 연세대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서울대 결정을 따라갈지 내부 논의 중”이라며 “전체 휴진이라면 전 재산을 각오하는 일인데 내년 증원 철회 등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현재 전공의에게 내려진 진료유지명령·업무개시명령 등을 중단이 아닌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미복귀 전공의에게도 처분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각종 명령으로 전공의를 범법자 취급하고 있다”라며 “전공의들의 자기 결정권을 정부가 존중하고, 명령들을 취소해달라는 게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의학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은 전공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처분으로 철회가 아니라 전면 취소가 마땅하다”고 밝혔다.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대한외래 지하1층에 '국민의 병원'이라는 문구가 있다. 채혜선 기자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대한외래 지하1층에 '국민의 병원'이라는 문구가 있다. 채혜선 기자

 정부 “처분 취소는 불가, 휴진 결의 유감”

보건복지부는 그러나 행정처분 절차를 취소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행정기본법에 따라 취소는 행정행위에 흠이 있음을 이유로 법률상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건데, 당초 행해진 복지부의 행정명령은 유효하다”라고 밝혔다.

서울대 휴진 결의에 대해선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라며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환자 곁을 지켜줄 것이라 생각하며,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가 의료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함께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의료계의 투쟁 움직임과 관련, 9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브리핑을 연다.

서울대의 전체 휴진이 현실화할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이라며 “비대위가 원내 행정 절차를 무시하고 모든 교수에게 휴진을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이날 발표문을 내고 “무기한 휴진은 우리 병원을 믿고 다니는 환자들의 불편을 넘어 안전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며 “서울대병원장으로서 비대위 결정을 존중해왔지만, 집단 휴진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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