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맞춤 당헌’ 친명 일각도 반대…그래도 밀어붙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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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당헌·당규 개정 논란과 관련해 “간접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재명 일극 체제 개정안’이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당헌·당규 개정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전국지역위원장 및 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2시간여 동안 개정안을 두고 토론했다. 당헌·당규 TF 단장인 장경태 최고위원의 설명 뒤에 참석자들의 질의와 자유 발언이 이어졌다. TF가 제출한 개정안에는 ▶‘당 대표가 대선 출마 시 1년 전 사퇴’의 예외 조항 신설 ▶부정부패 행위 기소 당직자 직무 자동정지 조항 삭제 ▶국회의장·원내대표 선거에 당원투표 20% 반영 등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요구해 온 조항이 대거 담겼다.

‘대선 출마 시 1년 전 대표직 사퇴’ 규정에 예외조항을 두느냐 마느냐가 최대 쟁점이었다. 한 3선 의원은 비공개 자유토론에서 “1년 사퇴 규정은 예측 가능한 스케줄”이라며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나갈 때 언제쯤 관둬야겠다고 계산한 상태에서 도전하면 되는 것 아니겠냐”며 개정에 반대했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가 중진 간담회(3일)에서 거론한 “헌법 개정으로 인한 대통령 임기 단축 및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개정 이유(중앙일보 6월 5일자 1면)에 대해서도 “대통령 탄핵을 특별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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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계는 “현실적으로 해당 규정은 필요하다”는 현실론을 앞세워 개정을 주장했다. 한 친명계 3선 의원은 “이 규정을 놓고 여러 가지 불필요한 오해가 나오는데, 차라리 오는 8월 전당대회 때 뽑는 당 대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치르고 사퇴하도록 임기를 정해놓는 게 어떠냐”는 절충안도 냈다.

국회의장·원내대표 선거에 당원투표 20%를 반영하는 방안을 놓고도 공방이 오갔다. 한 3선 의원은 “이렇게 논란이 많으면 빨리 통과시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신중하게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대장동 변호인 출신인 한 초선 의원은 “국회의장을 뽑을 때도 당연히 당원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당원과 국회의원의 생각이 그렇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민주당의 힘의 원천은 민주당 지지자다. 그들이 효능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당헌·당규 개정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당원들의 당헌·당규 개정 요구에 대해서도 “받아들이든 아니든 있는 사실”이라며 “(찬반) 양쪽 입장이 다 이해가 되지만 그 흐름은 피하기 어렵다. 대중들의 판단력을 믿어야 하고 같이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민수 대변인은 비공개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당원 중심의 대중 정당으로 가기로 모두가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편 여권은 격하게 반발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온갖 범죄혐의로 재판 및 수사를 받는 이 대표가 탄핵과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해야 감옥행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자, 조기 대선을 구실로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거머쥐겠다는 포석”이라며 “이로써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민주주의를 흔들고 사법 체계를 무너뜨려도 무방하다는 비이성적 민주당식 야욕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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