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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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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여성국 기자 중앙일보 기자
여성국 IT산업부 기자

여성국 IT산업부 기자

“정말 신중호 CPO(최고책임자)와 이데자와 다케시 CEO(최고경영자)가 나왔어요?” 지난달 14일, 라인야후 한국법인 격인 라인플러스 직원 간담회를 취재하다 놀라 취재원에게 물었다. 더 놀라웠던 건 직원들이 느낀, 임원들이 간담회에 임하는 태도였다. 직원 1500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이은정 라인플러스 대표 등 임원들은 현장 질문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답변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라인플러스 간담회가 열린 지난달 1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라인플러스 본사 모습. 사진 뉴스1

라인플러스 간담회가 열린 지난달 1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라인플러스 본사 모습. 사진 뉴스1

이날 이 대표는 “한국 직원들이 라인야후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면 여기 있는 임원들이 갖고 있는 권한을 다해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자와 CEO는 “총무성과 문제를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걱정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간담회 중간에 들어왔지만, 직원들의 질문을 여러 번 받은 신 CPO는 이사진에서 하차한 이유, 향후 자신의 행보 등을 성심껏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인야후 지주사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라인야후 사태의 전망에 대한 라인 임원들의 답변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지분 협상과 각 사의 속내에 대해선 섣불리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의의는 분명하다. 동요하는 수천 명의 직원 앞에서 일일이 질문을 받고 답했다는 것. 임원들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고용 보장 노력과 향후 사업 등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만들어진 진정성일지라도 효과는 있었다. 한 참석자는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우려와 궁금증이 꽤 해소됐다”면서 “직원으로서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2시간 넘게 가감 없이 질문을 받는 간담회는 자칫 리스크가 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회사와 직원들은 치열했지만, 다정하고 세심하게 소통한 것처럼 보였다.

조직심리학자 엘라 F 워싱턴은 『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원제 The necessary journey)에서 사업 경쟁력으로 다양성, 형평성과 함께 포용성을 강조한다. 포용성은 직원이 존중과 지지를 받고,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회사가 다정하고 세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글로벌 기업의 인종, 성적 취향 등과 관련한 사례를 주로 다루지만, 본질적으로 포용성을 기반으로 한 다정한 조직문화가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동력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포용적인 조직문화에서 혁신 가능성은 6배가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최근 삼성전자 사내 최대노조인 ‘전삼노’가 사상 첫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는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기가 떨어져 있다. 직원이 나서서 열정을 다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삼성은 저력이 있다”고 밝혔다. 라인야후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나, 라인 측은 세심하게 소통하며 동요하는 직원들을 다독였다. 혁신이 필요한 삼성의 노사갈등을 푸는 실마리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IT산업부 여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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