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의 귀환’ 김경문, 한화 지휘봉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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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김경문 감독

김경문 감독

김경문(66)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잡는다. 한화 구단은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이 끝난 뒤 “김경문 감독을 제14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26년까지 3년, 계약 총액은 20억원(계약금 5억원·연봉 합계 15억원)이다”라고 발표했다.

한화는 지난달 27일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최원호 전 감독을 사실상 경질했다. 이후 KBO리그 감독 경험이 있는 베테랑 지도자들을 접촉한 끝에 김경문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최종 낙점했다. 김 감독은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취임식에 참석한 뒤 4일 KT 위즈와의 수원 원정경기부터 한화를 지휘하게 된다. 김 감독은 “한화의 감독을 맡게 돼 영광이다. 한화에는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많고, 최근에는 베테랑 선수들이 가세해 팀 전력이 더욱 탄탄해졌다”며 “코치진, 선수들과 힘을 합쳐 팬들께 멋진 야구를 보여드리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경문 감독은 15년간 두산 베어스(2003년 10월~2011년 6월)와 NC 다이노스(2011년 8월~2018년 6월)에 몸담았던 베테랑 지도자다. KBO리그 통산 1700경기를 지휘하면서 896승을 거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한국의 전승 금메달을 이끈 경력도 있다. 2019년 선동열 전 감독에 이어 제2대 국가대표 전임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4위에 머문 뒤 지휘봉을 내려놓고 야인(野人)으로 지냈다. 올해 한화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현장으로는 3년 만에, KBO리그 더그아웃엔 6년 만에 복귀하게 됐다.

한화는 지난겨울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던 류현진과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 등을 영입하는 데 큰돈을 썼다. '리빌딩 종료'를 선언하고 가을야구 복귀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여전히 8위에 머물러 있다. 결국 현장의 리더인 감독이 5월에 물러나고, 프런트의 수장인 박찬혁 전 대표이사가 3년 6개월 만에 사퇴하는 격동의 시기를 맞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툭하면 시즌 도중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 한화 그룹과 구단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익명을 요구한 다른 구단 단장은 “새 감독을 향한 그룹의 주문은 단 하나, 무조건 ‘가을야구’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시즌 도중에 김경문 감독 정도의 베테랑 지도자를 데려올 이유가 없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경문 감독에게도 한화 감독은 무척 무거운 자리다. 모기업 주도로 선택한 감독인 만큼 팬들과 그룹 모두 더 냉철한 시선으로 지켜볼 것”이라며 “이제 오직 ‘성적’ 만으로 평가가 이뤄질 거다. 김 감독도 어쩌면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까지 KBO리그 현역 최고령 사령탑은 1966년생(58세)인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과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1976년생으로 40대(47세)이고, 1981년생인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최연소 감독(42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프로야구 감독 출신인 한 야구인은 “최근 야구계는 40~50대의 소장파 감독이 주류를 이뤘다. KIA처럼 1980년대생 감독을 선임한 팀까지 나왔다”며 “60대 이상 지도자들이 서서히 현장에서 물러나던 상황에서 김 감독이 ‘부활’을 알린 셈”이라고 짚었다.

이 야구인은 또 “갑작스럽게 현장에 ‘베테랑 감독’이 돌아오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젊은 야구팬도 있다. 그러나 현장 리더십의 다양성 측면에서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한 경기가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지금 한화는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라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 않다. 올해 한화가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다면 재야에 있는 베테랑 감독들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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