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다…원더우먼들에 보내는 박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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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호 19면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2024 어워드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2024년 어워드 무대에 선 전 세계 수상자들. [사진 까르띠에]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2024년 어워드 무대에 선 전 세계 수상자들. [사진 까르띠에]

지난달 22일 중국 선전에서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Cartier Women’s Initiative· 이하 CWI)’ 2024년 어워드가 개최됐다. 프랑스 럭셔리 하우스 까르띠에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여성 창업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2006년 시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국가 및 분야와 상관 없이 여성이 운영하거나 여성이 소유한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적·환경적 영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시상식에선 9개 지역과 2개의 주제로 나뉘어 총 11개 부문에서 각각 1위, 2위, 3위 수상자가 선정됐다. 2개의 주제는 ‘과학&기술 선구자 부문’과 ‘다양성, 공정성 및 포용성 부문’이다.

“여성 창업가들은 리더이자 개척자”

중국 선전에서 진행된‘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2024년 어워드에 참석한 까르띠에 회장 겸 CEO인 시릴 비네론(왼쪽). [사진 까르띠에]

중국 선전에서 진행된‘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2024년 어워드에 참석한 까르띠에 회장 겸 CEO인 시릴 비네론(왼쪽). [사진 까르띠에]

1등 수상자에게는 10만 달러(약 1억3700만원), 2등과 3등 수상자에게는 6만 달러와 3만 달러가 각각 수여된다. 또한 총 33명의 수상자들은 맞춤형 멘토링 및 코칭, 미디어 노출, 네트워킹 기회와 더불어 세계적인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에서의 교육 과정 혜택을 받게 된다.

2024년 어워드에 참석한 까르띠에 회장 겸 CEO인 시릴 비네론은 “여성 창업가들은 리더이자 창작자이고 개척자들로서 용감하고 대담하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그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집단적 영향력을 더욱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온 CWI는 미니 UN 여성 기구 같은 공동체로서 ‘선의를 위해 하나 된 여성(United Women for Good)’에 걸맞은 활동을 해왔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젊은 창업가들을 지원할 수 있어서 정말로 영광”이라고 축하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좋은 영향력은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오늘 수상자들이 더 큰 비즈니스로 성장해 좋은 롤 모델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며 “여러분에게는 세상을 바꾸어 나갈 힘이 있으니 앞으로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동아시아 지역 1위를 수상한 한국 ‘세이브앤코’의 박지원 대표. [사진 까르띠에]

이번 시상식에서 동아시아 지역 1위를 수상한 한국 ‘세이브앤코’의 박지원 대표. [사진 까르띠에]

한편, 총 33명의 수상자들 중 한국의 ‘세이브앤코’ 박지원(39) 대표가 9개 지역 어워드 중 동아시아 부문에서 1위로 선정돼 무대를 빛냈다. 이로써 한국은 2010년 첫 수상자가 나온 이래 지금까지 총 8명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지난해에 이어 연속 1위를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박지원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여성용 프리미엄 콘돔. [사진 까르띠에]

박지원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여성용 프리미엄 콘돔. [사진 까르띠에]

세이브앤코는 섹슈얼 웰니스에 집중하는 기업이다. 세이브(saib)라는 사명은 ‘편견’이라는 뜻의 영어 ‘bias’를 뒤집은 것으로 세상의 편견을 바로잡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대표 제품은 2018년 처음 출시한 여성용 프리미엄 콘돔이다. 여성이 핸드백 안에 휴대하기에 좋게 세련된 패키지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찢어지지 않도록 납작한 알루미늄 통에 콘돔을 보관하고, 감각적인 밀레니엄 핑크 컬러로 겉을 감싼 디자인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레드닷 디자인 어워드·iF 디자인 어워드·IDEA)를 비롯해 16개 국제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박 대표는 “한국 남성들의 콘돔 사용률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하위”라며 “콘돔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 남성들 대신, 여성 스스로 콘돔을 휴대하고 다니면서 당당하게 남성에게 사용을 요구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 동아시아 부문 2년 연속 1위

세이브앤코의 콘돔이 디자인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발암물질·화학첨가물 없는 유기농 성분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화장품 하나를 살 때도 성분을 까다롭게 살펴보는 한국 여성들이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성 건강에 있어서는 너무 무지하고, 자신의 건강이나 임신 등의 부작용에 대한 고민 역시 부족하다”며 “독소가 없고 여성의 몸에 해를 끼치지 않는 콘돔을 통해 여성 스스로 성 건강을 관리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화여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박 대표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텍사스 대학교에서 디자인학과 교수로 6년간 근무했다. 이때 한국과는 달리 미국 젊은이들이 성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직접 콘돔을 사 보려 드럭스토어에 갔더니 모든 제품이 디자인부터 제품명까지 철저히 남성의 쾌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놀랐고, 품질이나 소재는 물론 여성을 배려하는 문구가 한 줄도 없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그중 하나를 사서 가방에 넣어 오는데 정말 부끄럽더라. 콘돔에서 정말 많은 유해물질, 심지어 발암물질까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보고 ‘좋은 성분의 콘돔’의 필요성을 느껴 사업을 결심하게 됐다. 화장품은 클린 뷰티, 비건 뷰티 등등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성분에 대한 기준 또한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가 더 좋은 제품을 찾게 되면 나쁜 제품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시장의 논리인 만큼 섹슈얼 웰니스 제품의 발전을 앞당기고 싶다.”

세이브앤코 제품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약 200만 개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박 대표는 판매 수익의 10%를 성 건강, 성 평등, 여성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에 투자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 관리 플랫폼, 치매 치료 음악 앱…17년간 63개국 여성 창업가 후원

전 세계에서 모인 33명의 수상자들이 그룹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 까르띠에]

전 세계에서 모인 33명의 수상자들이 그룹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 까르띠에]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는 창설 이래 17년간 63개국의 여성 창업가를 후원했고, 총 744만 달러(약 102억4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그동안 수상자들의 사업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과 여성의 교육·재정 자립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기후환경 위기, 실버사업, 양성평등 등 다양한 주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창업을 꿈꾸는 한국의 젊은 창업가들에게도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2024년 어워드 수상자들을 예로 들면, 페루의 신생기업 ‘엘사(ELSA)’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정교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엘사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두려움 때문에 침묵하는 사례를 해결하기 위해 직원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한 후 각 조직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온라인 교육과 불만 관리 시스템을 제공한다. 현재 페루를 비롯한 주변 국가에서 엘사 플랫폼을 이용해 컨설팅을 받은 고객사는 100개가 넘고, 이들 직장 내 성희롱 발생률은 60% 감소했다.

이집트의 ‘키토산 이집트(Chitosan Egypt)’는 해산물 폐기물에서 추출한 유기농 무농약 작물 보호제와 영양 제품을 제공한다. 이 사업의 설립자인 샤히라 유세프는 “이집트에선 농약과 비료를 대체할 수 있는 고성능 유기농 대체제가 부족해 농부들이 농작물 수확량의 최대 80%를 잃거나 농약 잔류가 전혀 없는 수익성 높은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며 “어느 가난한 농가 마을에서 닭 사료로 새우 쓰레기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호주의 ‘리스파크(Resparke)’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음악을 통해 치매환자를 치료한다. 이 사업의 설립자인 앨리슨 해링턴은 “음악에 대한 애정이 컸던 시아버지의 치매 치료를 도운 경험이 계기가 됐다”며 “음악은 치매로 인해 꺼진 뇌 영역을 활성화시키고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과 연결시켜 주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고 했다. 리스파크라는 회사명은 누군가 음악을 듣기 위해 헤드폰을 착용했을 때 그 사람의 눈에서 반짝이는 불꽃을 의미한다. 호주와 뉴질랜드에 있는 290개 시설의 4개 집단에서 리스파크를 사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매 환자들의 기분은 80% 가까이 개선됐고 향정신성 약물 사용은 12% 감소했다고 한다.

한국에 오는 까르띠에 궁금하다면
(https://cartier-crystallizationoftime.co.kr/kr)
6월30일까지 동대문 DDP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mobileticket.interpark.com/Goods/GoodsInfo/info?GoodsCode=2400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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