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39년 불우 환자 위해 헌신-부산검역소 간호기사 김연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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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립 부산검역소 검역과 간호기사 김연숙씨(58)는 27일 오전 자신의 정년퇴임 식에서 옥조근정 훈장을 전달받고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줄 몰랐다.
간호원 생활 39년 동안 결혼도 포기한 채 사랑과 봉사정신으로 남몰래 불우이웃과 불우 환자를 위해 헌신해온 공적이 청와대 특별사정 반에 알려져 이날 훈장을 받게된 김씨의 일생은 나이팅게일 정신의 실천으로 점철돼 있다.
평북 신의주 출신인 김씨는 51년9월 중앙청 부속병원에서 간호업무를 시작하면서 주위의 어렵고 힘든 일을 도맡아 했다.
57년2월부터 2년여 동안은 동두천 기지촌에 상주하면서 윤락여성 2백여명을 대상으로 건전한 사회인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보건지도에 힘썼다.
또 59년부터는 3년간 국립소록도법원과 국립나환자 용호분원에 근무할 당시는 나환자들과 동거하면서 여성음성환자 1백30여명을 설득해 가족계획사업을 폈는가하면 박봉을 털어 나환자 자녀들에게 학비를 보조, 기술습득 기회를 열어 줘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했다.
불우 어린이들을 친자식처럼 키우기도 한 김씨는 75년부터 부산검역소에 근무하면서 월 50여만원의 봉급 대부분을 털어 소년·소녀가장을 도왔고 자신은 죽으로 끼니를 때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년퇴직으로 불우 이웃을 도울 시간이 더 많아져 좋다』는 김씨가 하고싶은 일은 부산시 민락동147의24 자그마한 집을 처분해 고아원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글·사진 강신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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