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인상 보도, 유통구조 문제 구체적으로 다뤘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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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50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위원장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가 지난 28일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5월 한 달간 중앙일보 지면과 디지털에 실린 주요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주형

김주형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언어나 관점의 선택에 있어서 좀 더 신중했으면 한다. 특히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불필요하거나 신중하지 못한 표현이나 관점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지난 8일자 16면에 보도된 “‘수능만점’ 명문대 의대생, 강남 건물서 여자친구 살해”가 한 예다. 이 사건은 젠더, 교제폭력 문제에 해당하는데 개인 신상을 유추할 수 있는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다른 언론도 다 마찬가지였다. 7~9일자에 나온 자립준비청년 관련 보도가 내용도 흥미롭고 좋았다. 개인들의 생생한 스토리가 많이 소개돼 독자들에게 더 잘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의 스토리 분량이 많고, 강조되다 보니 이 사안이 다소 개인화돼 버린 듯한 측면도 있다. 개인이 아닌 구조적인 측면에서 대안 제시가 더 이뤄졌으면 좋았겠다.

박인휘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15일자 14면 “총선 앞 3월, 쏟아진 85조…재정 투입 역대 최대였다”는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정부 지출액이라는 내용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민생 투어가 반영된 것 때문이라고 한다. 주로 경제적 측면에서 짚어보고 있는데 이 문제는 지도자의 리더십 등 정치적 관점에서 짚어보고 더 따끔하게 비판을 해야 했다. 20일자 31면에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공동 기고문이 실렸다. 유익한 내용이었다. 양국의 정상이 특정 신문에 공동 기고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공동기고문이 실린 앞뒤 배경을 독자들에게 소개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23일자 1면 “정책엔 몸 사리고 거야 눈치만 관가, 빨라진 정권말 복지부동”은 과거 정부에서도 자주 있었던 현상이었기 때문에 좀 더 건설적인 대안을 소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심재웅

심재웅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1, 2일자에 나온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3D 업종을 넘어서 마트 사장, 휴대전화 가게 사장이 된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등 긍정적인 관점에서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뤘다. 말미에 약간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법 체류나 차별 문제도 다뤘다. 단 여전히 존재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불평등한 환경과 차별의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보여주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3일자 4면 “농산물값 20% 상승…그 뒤엔 외국보다 복잡한 유통단계”는 기사에 유통 단계가 복잡하다는 한 문장의 표현 외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복잡한지 나와 있지 않았다. 이와 함께 중앙일보를 보면 AI 관련 얘기가 나오면 이미지를 사용할 때 항상 로보트가 등장하더라. 독자들에게 AI는 로봇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AI에 걸맞은 이미지로 뭘 보여줄지 좀 더 고민해 보면 어떨까.

이영주

이영주

◆이영주 경기도 사회적경제원 이사장=1일자 22면 “공무원 이름도 가리게 만드는 세상” 보도는 공무원 개인에 대한 인권침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실태를 잘 보여줬다. 이틀 뒤 정부의 공식 발표 전 시의적절한 시점에서 나온 기사였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후속 보도를 해 줬으면 한다. 7~9일자에 연속으로 실은 자립준비청년 문제는 꼭 필요한 주제를 발굴해 깊이 있게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8일자 1면 “용산의 민심소통 의지 야당은 사정강화 의심”은 민정수석 부활을 다룬 내용이다. 대통령실과 야당 양측의 입장이나 주장을 전달하는데 그친 것이 아쉽다. 과거 민정수석실의 순기능과 역기능 등을 잘 분석해 새롭게 임명된 민정수석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를 더 다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독자위원회

독자위원회

지철호

지철호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농수산물을 중심으로 물가 인상 문제를 다룬 보도를 관심 있게 봤다. 2, 3일자 경제면과 종합 1, 4면에 보도된 “금사과 팔면 절반은 이들 몫…농산물 유통마진 손본다” 등에서 유통의 문제를 다뤘다. 유통구조를 개선한다고 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던 얘기다. 왜 그 부분이 개혁이 잘 안 되는지, 누적된 구조적 문제가 뭔지를 중앙일보가 좀 더 잘 파헤쳐 주길 기대한다. 이 문제는 대통령이 평소 제기하는 소위 농산물 분야의 카르텔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8, 21일자 등에서 고령화 사회와 관련해 다룬 기획성 기사를 관심 있게 봤다. 저출생, 고령화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어떻게 하면 고령화 시대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 또 같은 세대라도 제각각 처지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 등을 발굴해 다양하게 보여줬으면 좋겠다.

오세정

오세정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위원장)=5월에는 깊이 있는 기획 기사가 많았다. 종이 신문은 중요하지만 잘 다루지 않는 그런 이슈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깊이 있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여야 정치권이 싸우면서 막말하는 것 등 자극적인 사안을 그대로 지면에 옮길 필요가 있겠나. 종이 신문은 인터넷과는 달라야 한다. 앞서 다른 위원들도 얘기했지만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기획 보도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18세가 지나면 1000만~2000만원 쥐여주고 별 준비 없이 독립하라고 내보내는데 현실적으로 이걸로 몇 달이나 견딜 수 있겠나. 사회가 이들에 대한 멘토링이나 가이드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는데 중앙일보가 관련 문제를 잘 제기했다고 생각한다.

유재연

유재연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15일자 8면에서는 오픈AI가 발표한 GPT-4o(omni) 모델을 기사로 다뤘다. 16일에는 미국 현지(마운틴뷰)에서 열린 Google I/O 기사가 2, 3면에서 중점적으로 보도됐다. 17일 B4면에 실린 후속 기사에서는 피차이(구글 CEO)의 기자간담회 입장 표명과 현장의 체험 내용이 다뤄졌다. 오픈AI에 대해 ‘기술혁신을 함께 이끄는 동료로 바라보고 있다’는 뉘앙스가 전달됐다. 사흘간 스트레이트 기사로 핵심 포인트들이 잘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장에서만 확인 가능한 뒷이야기들을 더 들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U의 AI 규제법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한국의 글로벌 AI 회사들의 우려나 대처를 다루는 내용도 다뤄졌으면 한다.

김용하

김용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13일자 1, 8면 “자산 쏠림 어르신이 38% 소비투자 활력을 잃어간다” 등은 부가 노인에게 쏠림으로써 소비가 위축되고, 부동산 중심의 부의 소유구조로 인해서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이며, 노인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의 이익을 가져가 청년층은 벼락거지가 됐다는 등의 내용이다. 현 세태를 잘 보여주고 있지만 자칫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는 내용이다. 서구의 고령층과 구분되는 우리나라 노인층의 의식구조, 베이비 붐 세대의 특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면 이런 오해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고 그대로 기사 내용에도 반영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잘 감안해 좀 더 신중한 심층 보도가 필요해 보인다.

홍지혜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근로자의 날을 맞아 1일자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한 이슈를 기획 보도해 관심 있게 봤다. 한동안 저출생이나 인구절벽과 관련한 기사가 많았는데, 노동력 부족에 대한 대안으로서 외노자와의 공존은 우리 사회가 진작 생각했어야 하는 중요한 주제인 듯하다. 다만 기사가 ‘외국인 근로자가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로 끝났다. 외노자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빼앗는다’가 성립되려면 평소 내국인이 눈여겨보던 자리여야 하는데, 국내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의 노동력을 보완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공존을 위해 법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부족하고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뤘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

정진욱

정진욱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29일자 12면 “30년 뒤 인구 4627만명… 대한민국의 인구절벽시대”를 각 시도별 인구추계 도표 등을 활용하여 심각성을 잘 보여준 기사였다. 다만, ‘지방소멸’과 ‘인구절벽’을 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좀 더 깊이 있게 다루기에는 기사의 지면이 다소 협소했다. 7일자 1면 제목에서 ‘AI 돌풍에 흔들리는 구글 왕국’이라고 돼 있는데 ‘구글 왕국’이 흔들린다는 표현보다 기존 검색엔진의 사용률이 떨어지고 AI 검색과 같은 신규 검색엔진의 사용률이 올라간다는 내용을 반영해 제목을 뽑았으면 더 맞지 않았을까. 최근에 구글 제미나이 등을 발표하며 Open AI보다 좀 늦었지만 AI 검색에도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며 시대의 요구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기사의 주인공이 구글이라면 구글의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도 함께 다루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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