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 안되면 울렁하면 돼” 전국 280곳 귀신에 홀렸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5.22

전국 케이블카·출렁다리 실태 보고서

 2019년 9월 개통한 목포 해상케이블카. 여수 해상케이블카와 함께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케이블카로 통한다. 그러나 전국 케이블카 대부분은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승표 기자

2019년 9월 개통한 목포 해상케이블카. 여수 해상케이블카와 함께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케이블카로 통한다. 그러나 전국 케이블카 대부분은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승표 기자

1. 유령이 떠돌고 있다

21세기 한국 관광에는 두 개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케이블카와 출렁다리라는 유령이. 지역 관광을 구원해 줄 빛이라도 되는 양 전국 자치단체가 케이블카 유치와 출렁다리 건설에 목을 맨다. 이 무분별한 각축전은 20년 넘게 관광 판만 들여다본 여행기자를 당혹하게 한다. 다들 귀신에라도 홀린 것인가. 답답하고 속상하다.

2024년 5월 현재 전국에는 관광용 케이블카가 41대 있다. 개수는 바로 추가될 참이다. 울산 대왕암공원과 문경 주흘산이 케이블카 착공에 돌입했고, 전주 한옥마을과 대전 보문산도 케이블카 도입을 추진 중이다. 말 많았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도 2026년이면 모습을 드러낸다. 출렁다리는 훨씬 더 많다. 물경 239개나 된다. 케이블카·출렁다리 숫자보다 무서운 건 설치 속도다. 전국 관광용 케이블카 41개 중에서 약 61%인 25개가 2012년 이후 건설됐고, 출렁다리 239개 중 약 49%인 118개가 지난 10년 새 들어섰다. 전국 출렁다리 수 239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수 226개를 이미 넘어섰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케이블카와 출렁다리를 놓는 자치단체마다 ‘주문’처럼 외우는 구절이 있다. ‘경제 유발 효과 ○○○억원’. 근거를 확인할 길이 없어 목표 대신 귀신 부르는 말 주문(呪文)을 썼다. 전국 케이블카 대부분이 시방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서다.

케이블카나 출렁다리나 보통 초기에는 반짝 관심을 끈다. 그러나 빛을 발하는 건 초기뿐이다. 2021년 ‘한국 관광 100선’에 꼽힌 충남 예산의 예당호 출렁다리는 5년 전보다 티맵 검색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15년 전 케이블카 전성시대를 연 통영케이블카도 끝내 적자 시설로 돌아섰다. 개통 첫해부터 적자만 찍은 시설도 있다. 2021년 9월 360억원을 들여 설치한 명량해상케이블카가 매년 적자에 허덕이더니 누적 적자 148억원을 기록했다. “경제 효과 ○○○억” 운운하던 호언장담은 어디 갔을까. 관계자들을 찾아가면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전임자들 사업이어서.”

낯부끄러운 실적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들 시설의 운영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정부 부처가 없다. 사고가 나면 국토교통부나 행정안전부가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수준이 전부다. 볼썽사나운 건, 관광 당국이다. 케이블카와 출렁다리에 ‘한국 관광의 별’이나 ‘한국 관광 100선’ 같은 타이틀 걸어주며 자치단체 등을 떠밀면서도, 중복 투자와 과열 경쟁 실태를 추궁하면 관할 부처가 아니라며 발을 뺀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종택 관광정책국장은 “지난 2월 발족한 ‘지역관광 활성화 협의체’를 통해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검토”다. 그 “검토” 타령을 못 해도 10년은 들었다.

국내여행 일타강사의 오늘 강의는 사뭇 진지하다.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는 이른바 ‘지역 명물’의 참담한 현실을 고발해야 해서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전남대 강신겸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케이블카·출렁다리의 과잉 경쟁은 지역이 단기적인 성과에 목맨 결과”라며 “지역에 차별화한 관광 콘텐트가 없어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전적으로 옳은 말씀이다. 한국의 지역 관광 콘텐트는 시장·군수의 임기 주기를 정확히 준수한다.

일타강사의 조언은 간단하다. 그 돈으로 나무나 심으시라. 현재 관광 명소로 각광받는 전국의 유명 숲과 가로수 길 태반이 30∼40년 전 나무 심기 사업에서 시작됐다. 인제 자작나무 숲이 그러하고, 장성 편백숲이 그러하고,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길이 그러하다. 한 세대를 기다리기 힘들면 꽃이라도 심으시라. 엄한 데 세금 쓰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다. 부디 명심하시라. 관광은 토목이 아니다.

💬 전국 케이블카·출렁다리 실태 보고서 목차

1. 유령이 떠돌고 있다 
그래픽 : 관광용 케이블카 시기별 개통 수
2. 원조 케이블카도 적자 수렁
그래픽 : 전국 관광용 케이블카 현황
그래픽 : 주요 케이블카 최근 5년 영업 실적
3. 임박한 국립공원 케이블카 전성시대
그래픽 : 전국 국립공원 케이블카 현황
박스 : 미국 국립공원은 케이블카 0개
4. 출렁다리 안 되니 울렁다리까지
그래픽 : 전국 출렁다리 현황  
박스 : 때아닌 대관람차 유행 조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