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는 아시안, 돈 버는 유러피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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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동아시아는 뛰고, 남아시아는 일하고, 유럽은 돈을 번다.

도하 아시안게임의 풍속도다. 처음으로 아랍권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아시안게임이라는 이름이 어색할 정도로 서양 사람이 많다.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도 상당수다. 그들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있다.

▶동아시아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오직 메달 생각뿐이다. 선수들은 일찌감치 경기장에 나와 뛰고 또 뛰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단이나 취재진도 선수들을 따라 달린다. 한.중.일 극동 3국은 300개가량의 금메달을 휩쓸 것이다. 북한과 대만.홍콩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진다. 개최국인 카타르나 태국도 뛰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아시안게임의 주인공은 동아시아인이다.

▶남아시아

인도.파키스탄.필리핀 등 남아시아 국가들은 선수단 규모도 크지 않고 경기력도 그저 그렇다. 동아시아의 조연이다. 그러나 도하에서는 남아시아인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경비와 버스 운전, 청소 등 단순 업무는 대부분 이들이 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역시 단순한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들은 맨주먹으로 아시안게임에 기여하고 있다.

▶유럽

인구도 적고 경험도 없는 카타르는 대회를 위해 아테네, 시드니 올림픽과 토리노 겨울올림픽 조직위에서 일하던 사람을 대거 스카우트했다. 도하 아시안게임 조직위의 고위직 25명 중 카타르인 사무총장과 부총장을 제외한 대부분이 백인이다. 상징적인 자리를 제외한 요직에 대부분 유럽인이 앉아 있다는 얘기다. 수백 명에 달하는 방송 관련 인력 등 전문직도 거의 백인이다. 유럽에서 일할 때보다 곱절의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그들은 매일 밤 고급 호텔의 영국식 바에 모여 앉아 남의 잔치에서 풍성한 과실을 따 먹고 있다.

도하=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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