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존" 녹색GNP 도입 추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유럽 각국은 요즘 지난 50여년 동안 사용되어온 국민총생산(GNP)에 의한「성장」측정방법에서 탈피, 환경문제를 첨가한 새로운 측정방식모색에 한창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소득의 증가만을 측정하는 GNP에 의한「성장」개념은 국민들의 진정한 복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 같은 반성은 주로「성장」이 환경에 미친 영향을 GNP에서 제외시킴으로써 GNP성장률이 내포하는 환경피해 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른바 녹색GNP로 불리는 이 새로운 경제발전 측정방법은 경제성장과정에서 훼손된 환경을 원상태로 보존하는데 드는 비용을 계상, GNP에서 덜어내는 방법으로 산출된다.
이 같은 작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사람은 네덜란드 환경조사통계 국의 뢰피 휘팅 박사다.
그는 30년동안 GNP개념은 환경적 요소를 감안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환경훼손을 복구하는데 드는 비용마저도「성장」의 일부로 가산하는 등 과장·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환경은 인간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이의 훼손은 분명히「성장」이 아니라「퇴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정치인들과 입안자들로부터 성가신 것으로 냉대를 받아왔다.
녹색GNP는 기존의 GNP의 성장속도를 크게 둔화시킴으로써 정치인들이 자랑할 업적, 즉 「경제성장의 달성」이라는「언덕」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이제 차츰 극복되기 시작했다.
휘팅씨의 주도로 69년 환경조사통계 국이 구성된 네덜란드가 최근 휘팅 씨에게 녹색GNP를 산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토록 요청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나라인 네덜란드는 주로 휘팅 씨와 그가 이끄는 30여 명의 경제학자·생물학자·화학자·물리학자 등이 지난 20여 년간 각종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수질오염 물질·유해물질·동식물의 멸종 등 환경변화에 대한 자료를 축적해왔으며 이제 이들 자연환경을 원상태로 복구하기 위한 수단을 결정,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산출하는「제2단계」에 돌입해 있다.
따라서 네덜란드에서는 녹색GNP가 조만간 발표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웃 독일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녹색당이 정치세력으로 활동한지가 오래며 GNP에서 환경복구비용이 2중 계산되는 것을 피하려는 노력이 정부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최근 한 경제학자가 지난 70년부터 85년까지 환경복구에 투입된 비용은 연간 GNP의 5∼10%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스웨덴 의회가 네덜란드로 녹색GNP산출방법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대표단을 파견한 것을 비롯해, 프랑스와 노르웨이도 녹색GNP산출의 첫 단계인 환경변화에 대한 측정에 착수하는 등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의회가 상무부에 현재의 GNP보다 경제성장을 더 적절히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도록 명령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유엔환경계획 담당자들이나 기타 국제기구의 정책입안자들도 녹색 GNP의 유용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어 녹색GNP산출은 조만간 범세계적 현상이 될 전망이다.
한편 녹색GNP의 산출은 기존의 경제성장개념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학자들은 평가한다.
그 동안 산업사회는 경제성장이 곧 녹지의 증가라고 믿고 경제의 양적 팽창에 매달려왔는데 이 같은 인식은 녹색GNP의 계산으로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것.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의 양적 팽창은 실업문제 등의 극복을 위해 모든 나라가 필수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녹색GNP의 계산은 이 같은 인식을 뒤집어 놓을 것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소득증가가 곧 복지증가라는 개념은 낡은 것이 되어가고 있지만 이들 나라에서는 이런 인식이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