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선자금 수사 속전속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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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가 고강도로 진행될 조짐이다. 수사 확대를 공식 발표한 다음날인 4일 대검의 하루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SK 외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를 맡을 수사팀을 새로 꾸리는 한편 그동안 미뤄 왔던 당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통보가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이제 수사가 시작됐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 달라."

송광수 검찰총장은 이날 출근하며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발빠른 검찰의 움직임에서 수사를 길게 끌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졌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수사 방침을 밝혔다.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데 내년 초까지 수사가 늘어질 경우 오히려 검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일단 기업의 '자백'을 유도하며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安중수부장은 이미 "대선자금이나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해 자진 신고해 오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형사법 기본 원칙에 따라 형을 줄여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검이 이날 기업 분식회계 및 경영 비리 수사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검사들을 보충한 것은 "기업들의 협조가 부진할 경우에는 언제든 칼을 빼들 수 있다"는 경고로 보인다.

SK 외 4대 기업 재정 담당 관계자들에 대한 출국금지도 같은 맥락에서 취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출국금지는 유동적이기 때문에 몇명이 출금됐는지는 의미가 없다"고 말해 추가 출금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의 발언에는 수사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사 강도를 높여 기업 임원들을 압박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검찰은 각 정당이 '고해성사'에 가까운 화끈한 공개를 하지 않을 경우 결국 수사의 단초를 기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기업들에서 대선자금 자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조사를 위한 수사팀의 보강과 맞물려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재정 담당 실무자들에 대한 소환 통보도 일제히 이뤄졌다. 소환에 응하지 않았던 한나라당 재정국 관계자들을 재소환 통보했는데도 또다시 나오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서 "신당을 띄우기 위한 기획수사"라며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태세지만 검찰 역시 강공으로 맞선다는 방침에 흔들림이 없는 분위기다.

문병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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