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름다운 기부, 나눔의 불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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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대계'인 후학들의 교육에 쓰라고 아낌없이 사재를 사회에 환원한 송금조 (주)태양 회장과 이상철 (주)현진 어패럴 사장의 미담은 가진 자의 사회적 책무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2001년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한국과학기술원에 사재 3백억원을 기부한 이래 우리 사회에도 거액 기증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삼영화학 이종환 회장, 삼성 이건희 회장 등이 잇따라 수천억원대의 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우리가 이번에 특히 경암교육문화재단을 설립한 宋회장과 서대문 구립 정보도서관인 이진아 기념도서관을 건립하는 李사장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부자가 아닌 중소기업가로서 사회적 책무에 앞장서는 모범을 보인 데 이유가 있다.

더욱이 와병 중인 宋회장이 부산대와 경암교육문화교육재단에 내놓은 1천3백5억원은 그가 가진 거의 전 재산이라고 한다. 자수성가한 기업가로 종이 한장도 아껴 쓰며 '자린고비''구두쇠'라 불리기를 마다하지 않았으면서도 "교육이 잘돼야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다"는 신념을 실천한 것이다. 李사장도 어학연수 중에 숨진 둘째딸을 영원히 곁에 둘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시민들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구립도서관을 짓기로 했다고 한다. 참된 자식 사랑이란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와 나눔 속에 있음을 이들은 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교육 발전 없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宋회장은 말했다고 한다. 교육은 '가난의 세습'을 막는 유일한 사회적인 장치일 뿐 아니라 계층 간의 위화감이 점점 깊어져 가고 있는 우리 사회를 미래지향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부분의 가정은 '제 자식 잘되기'만을 염원할 뿐, 사회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기부는 있는 자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따뜻한 마음만 있다면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 이런 마음이 합쳐지면 우리 사회의 갈등은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