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림 위협하는 「UR」 김용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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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우리 농민들에게도 이제는 익숙해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깨졌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막연한 걱정이 앞선다. 가뜩이나 보잘것없는 농가의 살림살이가 더 찌들게 되진 않을는지.
연말연시가 되어 못다 갚은 외상이며 전기·전화요금, 신문 구독료 등에 지출할 돈걱정을 하다 값나간다는 건 마늘 일곱 접을 곱게 다듬고 조심스레 부대에 넣어 5일 장터로 가지고 갔다.
김장도 다 끝나 마늘 시세가 뚝 떨어졌으니 1만2천원 밖에 줄 수 없다고 야박스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마늘 값이 폭락했다지만 그전까지 한 접에 4천원 받던 것을 2천원도 안 되는 값에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돌아서는데 바싹 말라 힘없는 마늘이 부대 안에서 부석부석 아파하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가슴이 아파 한 접에 2천원씩 1만4천원만 달라고 하니까 장사하는 사람도 수고 비는 벌어야지 않느냐며 딴소리를 하는 통에 그만 넘겨주고 말았다.
주는 대로 돈을 받아들고 되돌아서 좌판 위의 고등어 한 손을 사들고 집으로 가는 시골버스에 오르니 승객보다 못 팔고 돌아오는 짐짝이 더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만 아찔하고 기가 죽어 양다리가 후들거려왔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성사되면 외국농산물이 마음껏 팔리게 된다는데 그때가 되면 어떻게 시골 살림을 꾸려가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김용녀<경북 문경군 호계면 막곡 2리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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