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시안게임 빅3의 다른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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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과 중국.일본 선수단이 28일 도하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다. 아시아 스포츠의 빅 3이자 치열한 라이벌인 극동 3국은 사막에 캠프를 치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그러나 3국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자세는 다르다.

◆ 칼 가는 한국=한국은 이번 대회에도 일본을 누르고 종합 2위를 차지하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아시안게임에 사활이 걸린 비인기 종목뿐 아니라 인기 종목에서도 필승의 의지가 하늘을 찌른다. 축구팀 베어벡 감독이나 야구팀 김재박 감독은 "꼭 우승하겠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적어도 일본.중국과 벌이는 극동 라이벌전에서 국민정서상 한국은 패배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주변 열강인 중국.일본에 어떤 부분에서도 지지 않으려 한다. 아시안게임은 단지 스포츠일 뿐이지만 이런 한국의 전통이 녹아 있다. 게다가 군 미필 남자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이기려는 의지가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강하다.

◆ 대표선발전 중국=이번 아시안게임을 훈련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예전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이 올린 승전보는 중국 국민 단결과 중화사상 부활에 큰 역할을 했으나 그보다 최소 10배는 더 중요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코앞에 둔 이번 대회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중국 선수 647명 중 주요 국제무대에 처음 선보이는 새로운 얼굴이 400명이나 된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중국에 금메달을 안긴 선수들이 상당수 불참한다.

중국 신화통신의 왕징우 기자는 "기존 국가대표 대신 젊은 선수들을 아시안게임에 보내 능력을 검증하고 이들을 경쟁시켜 베이징 올림픽에서 최고 선수를 꾸리겠다는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 덤덤한 일본=이번 아시안게임에 일부 종목은 정예 멤버가 나오지 않았다. 유도 남녀 영웅 이노우에 고세이.다니 료코, 여자 테니스의 간판 스기야마 아이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축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나갈 21세 미만 선수들이 나오는데 와일드카드를 하나도 쓰지 않았다.

일본 지지통신 아야코 이케다 기자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잘하면 좋지만 일본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같은 A급 무대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도 중국을 이길 수 없으니 애써 외면하는 듯도 하다.

도하=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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