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투자기관 감사 일행/해외유람에 거액 유용/4년간 예산7억 낭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감사협 사무국장등 횡령으로 들통/세미나등 명목 부부동반 12차례
정부 투자기관의 감사들이 국제 세미나 일정 등을 허위로 만들어 해외여행을 하면서 87년부터 4년 동안 12차례에 걸쳐 투자기관의 예산 7억6천만원 가량을 사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검 특수1부(이명재부장검사)는 정부 투자기관의 감사직 종사자들의 친목단체인 「한국감사협의회」 임직원의 거액 횡령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여행비용중 1억3천여만원을 가로챈 한국감사협의회 사무국장 최우권(51)·사무차장 유광봉(40)씨 등 2명을 1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횡령)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지난달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내부감사인협회(IIA)의 동유럽 세미나에 정부 투자기관 및 일반 기업체의 감사 21명과 부인 7명 등 모두 28명을 15일 동안 보내면서 1인당 경비가 3백10만원인데도 4백40여만원인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 2천9백50만원을 가로채는 등 87년부터 지금까지 20개 단체의 2백8명을 해외로 여행시키면서 같은 방법으로 1억3천여만원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검찰수사 결과 지난 5일 출국한 정부 투자기관 감사들은 IIA 세미나에 2시간만 참석한 뒤 유람여행만을 하고 돌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감사협의회는 구속된 최씨 등이 주축이 돼 77년4월 정부 투자기관 및 민간기업체 감사직 종사자들의 자질향상 및 친목도모를 위해 만든 임의단체로 회원은 1백75명이다.
검찰은 구속된 최씨 등이 정부 투자기관의 감사들이 사용하는 해외여행 경비가 투자기관의 예산에서 집행되는 것이어서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는 허점을 이용해 돈을 횡령해 왔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