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단속 효과 나타나고 있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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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는 지금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두 가지 작은 변화에 대해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자 한다.
그 하나는 유흥업소에 대한 심야단속과 범죄전쟁 선포 이후 향락산업이 뚜렷한 퇴조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주·정차 단속 실시 이후 주요도시의 교통난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범죄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10월13일 이후 한달간 전국에서 1천8백여 개 유흥업소가 문을 닫았으며 종사자수도 급격히 줄어 올 들어 모두 24만명이 유흥업소를 떠났다 한다.
그 반사적 효과로 공업단지 근로자들의 이직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주·정차 단속 실시 이후 거리를 메우던 불법주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그 결과 주요도시 간선도로의 자동차 주행속도가 평균시속 3∼7㎞나 빨라졌다는 것은 여러 차례 보도된 일이다.
잘 알다시피 지금 우리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너무나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으며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자들의 제조업 기피경향과 비생산적 향락산업의 이상비대,그리고 대도시에서의 교통난 가중과 그것이 가져오는 사회간접비용의 증가도 그같은 문제들 중의 일부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이번 내무부 집계에서 나타난 유흥업소 감소추세나 주·정차 단속 강화에 따른 교통난의 완화경향은 그같은 문제들의 근본적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 하더라도 최소한 사태의 악화를 막고 나아가 문제를 크게 줄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이같은 변화에 기대와 관심을 모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단속 일변도의 정책에 무조건 박수를 보내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단속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지도 않는다.
사태를 바로잡아가는 힘은 오히려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잘못된 일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있다고 보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은 그같은 인식과 공감대를 행동으로 옮기는 계기를 마련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우리의 시각이 단기간의 실적만을 보고 너무 성급한 판단과 기대를 거는 것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부 단속공무원들이 「연말까지만 참으면 단속이 풀릴 것」이란 말을 공공연히하고 다닌다는 얘기는 그같은 우려를 더욱 짙게 한다.
그러나 건전한 양식에 바탕을 둔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과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게 하는 정부의 지도적 기능이 결합할 때 문제해결의 길이 열린다는 사실을 최근의 변화는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같은 실적을 하나하나 다지고 축적해나감으로써 국민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하고 정부와 국민간에 신뢰를 구축해나가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차원에서 정부의 단속도 일과성에 그쳐서는 안 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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