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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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자는 노동조합원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제3자가 아니다」는 최근의 대법원판결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아직도 『노동조합법 제3조4호 단서조항은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지 개별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당 해고된 자는 일체 조합활동을 할 수 없다』는 탈법적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에 정면으로 도전하고있는 노동부의 이 같은 주장은 법조문의 해석은 차지 하고라도 87년 동 조항을 신설하게 된 입법 배경을 살펴보면 잘못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에도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부당 노동행위가 매우 극심했다. 노동자들이 사용자의 감시·감독을 피해 천신만고 끝에 노동조합을 결성한 후 설립 신고를 하면 행정관청은 으레 이 사실을 사용자에게 알려주었고 사용자는 회유·협박으로 탈퇴를 강요하고 말 안 듣는 노조간부는 무자비하게 부당 해고시켰다. 그런 후 행정관청은 설립 신고증을 교부해주고 싶어도 노조집행부가 없어 신고증을 교부할 수 없다는 식으로 노동조합을 와해 시킨 사례가 허다했다.
당시 이를 두고 사용자와 행정관청이 결탁한 「정책적 부당 노동행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이러한 배경아래 동 조항이 신설되었고 그 목적은 사용자의 부당 해고를 방지하고 해고효력을 다투는 자의 조합원 신분유지를 법제도적으로 보강한 것이다.
노동부 역시 당초에는 조합원 신분을 갖는다고 인정했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89년 갑자기 종래의 입장을 바꿈으로써 사용자의 부당 해고가 또다시 급증한 것이다.
노조임원선거에 회사가 부당하게 개입, 선거기간 중 사용자가 불리하다고 판단한 후보자를 부당하게 해고시킨 후 피선거권을 박탈하고 그래도 조합원들이 노조대표자로 선출한 경우에는 대표성을 인정치 않아 노동조합의 존폐여부가 위태롭게 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자도 노동조합원이라고 분명히 천명한 것이기 때문에 노동부도 이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사건은 줄이어 제기될 것이고 정부에 대한 불신·불만은 더욱 누적될 것이다.
이제 조합원의 의식수준은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해고자를 노조대표자로 선출할 것인지, 조합활동에 참여시킬지 여부는 조합원 스스로 결정할 사항이므로 노동부는 탈법적 행정지침을 즉각 철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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