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소 한인교포들 통일 어떻게 보나|「한국부인회」세미나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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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남북통일 문제에 대한 각종 세미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중·소 한인교포들은 이 문제에 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모색해 본 세미나가 한국부인회 주최로 6일 앰배서더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중국 연변대학교 조선족문제 연구소의 주홍성 교수와 고경수 교수, 소련 타슈겐트 농업대학장인 엄 빅토르 교수 등 세 명의 재중·소 동포학자들이 참석 견해를 피력했다.
이들 학자들은 『중·소의 개혁·개방정책 및 국제정세의 변화로 한인사이에서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관해 이렇다할 연구나 움직임이 없는 상태』라고 전하면서 통일문제와 관련, 남북간의 화해를 강조했다.
세 교수중 주·고 교수의 주제발표 내용과 토론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주 교수=남북문제에 있어서 가장 고려해야할 점은 현실에 토대를 둔 접근방법을 취해야한다는 것이다.
통일은 우리민족 지상의 큰 일이자 정치이다.
정치는 현실이고 냉정한 것이다.
따라서 감정이나 흥분이 정치에 개입돼서는 안 된다.
즉 남북한은 현재 주어진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담판(대화)을 해야한다.
상대방을 승인하지 않고 어떻게 담판을 할 수 있느냐.
이와 관련, 현재 벌어지고 있는 남북회담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
특히 회담 후에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남북간의 각종 제의를 보면 내용이나 형식에서 차이점이 많다.
앞으로는 이 같은 차이점은 뒤로 돌리고 공통점을 찾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선 남북한이 자주 만나야 한다.
정부간·민간간 형식을 따지지 말고 접촉해야 한다.
병행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남북통일에는 반드시 중간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본다.
◇고 교수=남북 통일에서 가장 큰 문제인 상호불신은 서로가 대등성의 위치를 고수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추구해 간다면 해소되어 가리라고 본다.
남북이 서로 먹거나 먹히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게다가 전세계는 평화적 분위기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남한에서 하는 군사연습은 중지돼야 한다고 본다.
조선의 분단은 외세에 의해 이루어졌으나 통일은 외세 간섭 없이 자주·자결의 원칙에서 추진돼야 한다.
이와 함께 남북간 다방면적인 교류, 경제협력도 실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최고 당국자간의 직접적인 접촉도 기대하고 있다.
남북의 북방정책은 국제사회에서 남한의 역할을 높이고 경제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가 컸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이 북조선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작용하면 통일과정에서 인위적 장애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체제와 방식이 다른 남북한 현실에서 상대방 입장을 더 수용하는 측이 도덕적으로 우월해질 것이다.
두 교수의 주제발표 후 토론자와 청중들의 질문이 있었다.
토론자인 남인숙 교수(효성여대)는 『언젠가는 미군이 물러가야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미군과 한국군의 전력을 합쳐야 북한군의 전력과 비슷하다는 상황논리아래 팀스피리트 훈련이 벌어지고 있다』고 배경설명을 했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북한이 남침의도를 갖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이를 조금이라도 믿어준다면 팀스피리트 훈련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한 청중이 『사회주의자들의 말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여러 번 겪었다』며 『많은 국민들은 사회주의자들의 말을 그대로 듣고 이행하다가 혹시 당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중국이나 소련이 무력사용을 허용하지 않을 상황에서 북한이 단독남침을 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국학자들의 견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어 『미군이 단순히 군사적 차원에서만 남한에 주둔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만약 상황이 벌어져도 미국에서 몇 시간이면 다시 올 수 있으니 잠시 떠날 수는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청중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살아보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중 어느 제도가 나은 것 같으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엄 빅토르 교수는 『어려서부터 자본주의는 나쁘고 사회주의는 좋다는 교육을 받아왔으나 지금은 어느 제도가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잘 먹고, 아이들교육도 잘 시키고, 집도 있는 제도가 좋은 제도가 아니냐』고 답변했다. <북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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