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수송회사 창립총회 “쉬쉬”(기자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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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화환·하객없이 쫓기듯 치러 “관치금융”입증
12개 은행이 공동출자한 현금수송전담회사의 창립총회가 최근 비밀리에 치러졌다.
신설회사의 창립총회에 당연히 있어야 할 화환이나 하객이 없었던 것은 물론 모임자체가 쉬쉬하며 쫓기듯이 이뤄진 것이다.
타의에 의해 회사가 설립됐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국 금융노련은 한국금융안전주식회사의 설립사실이 알려지자 『또 하나의 관치금융모델』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회사설립의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물론 현금수송회사가 반드시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현금수송회사의 설립은 최근 수년간 금융기관에서 여러차례 현금수송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거론돼온 문제다. 수송인력의 전문화도 필요한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금융계가 현금수송회사의 설립을 반대해온 것은 최근의 은행경영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 때문이다.
또 회사설립이 불가피하다면 어디까지나 각 은행의 자율적인 필요성에 의해 결정되고 현송회사의 인사 및 경영에 대해서는 출자은행의 주체성과 자율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결과는 정반대로 나나타났다.
군출신이 사장으로 선임되고 청와대 경호실출신이 상무로 들어앉았다. 앞으로 1백50명의 전담요원이 선발될 예정이다.
물론 이들은 현금수송업무에는 과분할 정도의 「베테랑」들이다. 자격은 충분한 셈이다.
문제는 비효율성이다.
금융계는 현금수송업무가 현재도 하루 1∼2시간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많은 인원은 낭비라고 지적해 왔다.
우리나라의 범죄집단이 아직 외국의 갱들처럼 「장비」를 갖추지는 못했으므로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들린다.
가뜩이나 우루과이라운드(UR)다,금융산업개편이다 해서 금융계가 뒤숭숭한 요즈음이다. 앞으로 금융계의 과제는 관치금융의 틀을 벗어나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재무부나 은행감독원,은행연합회등 모두들 입만 열면 주장해온 바다.
그런데도 현송회사설립에 대해서는 일언도 없다. 머리로는 자율화를 말하면서도 행동은 반대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산업개편,금융자율화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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