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일부 영토 할양설/이라크선 대규모 인질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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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이라크 회담일정 진통
【로마·워싱턴·런던 로이터·AP=연합】 이라크 당국이 서방인질을 석방하기로 결정한 이후 2백명 이상의 서방인질을 태운 최초의 이라크 항공소속 보잉 747기가 9일밤 로마에 도착했으며 이라크의 또다른 747 여객기가 인질을 싣고 바그다드를 떠나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등 서방인질이 대대적으로 석방되고 있다.
로마 공항당국은 1백61명의 이탈리아인을 비롯,6개국 2백11명의 서방인질을 태운 이라크 항공소속 보잉 747기가 8일 밤 도착,이들을 기다리는 가족과 소속국 외교관들에게 인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9일 이라크가 자신의 바그다드 방문시기로 제안한 1월12일을 거부하고 미국은 1월3일 이후의 양국 회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힘으로써 페르시아만 사태 평화적 해결을 위한 양국간의 고위회담은 다소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커장관은 이날 미 ABC­TV와의 대담프로에 출연,『만약 후세인이 이달 20일과 내년 1월3일 사이의 보름기간중 어느날을 선택하지 않으면 이는 그가 어떻게 해서든 유엔 안보리결의를 지연시키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원칙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커장관은 이 자리에서 쿠웨이트내 유전지대 및 2개 도서에 관한 이라크의 요구 등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군 이후의 문제에 언급,『유엔 결의안이 이행된 후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분쟁해결을 협상한다면 미국은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이라크와 쿠웨이트 양국의 문제』라고 신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영국의 신문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망명 정부 관리들이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점령군을 철수할 경우 쿠웨이트 영토 일부를 할양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이라크 정부에 은밀히 보내고 있으며,이라크는 쿠웨이트와의 국경선 재조정 작업까지 이미 마쳤기 때문에 빠르면 1월중에 철수할지 모른다고 9일 보도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이날 미국과 유럽에 망명중인 아랍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쿠웨이트는 이라크 철군의 대가로 페르시아만의 전략요충지인 와르바 및 부비얀섬을 99년간 조차할 것과 루메일라 유전에 대한 「완전한 관할권」을 제의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최근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후세인 요르단 국왕,아라파트 PLO 의장간의 3자회담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이라크가 루메일라 유전을 포함하는 새로운 국경선을 따라 철조망과 세관 및 입국 사무소를 설치했다고 전하면서 『새로운 국경 철조망의 완성은 내년 1월말 이전에 철군이 이뤄질 것을 시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반면 사우디 정부는 이날 사우디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군 조건으로 이라크에 쿠웨이트 영토 일부를 이양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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