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쓰기가 인성교육에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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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인성 교육에 일기쓰기만한 것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일기를 써오면 저는 '사랑의 편지'를 써주죠. 학생들과 삶의 대화를 나누는 셈이죠."

30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어린이들에게 일기쓰기 지도를 해온 전남 광양 진월초등학교 박성수(53.사진) 교사. 그는 이 공로로 공익법인 사랑의 일기 재단(이사장 문병호)이 24일 개최한 '2006 사랑의 일기 큰 잔치'에서 지도교사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진월초교는 일기쓰기 모범학교로 특별상을 수상했다.

박씨가 담임을 맡고 있는 4학년생 11명은 일주일에 5일 동안 일기를 쓴다. 강요가 아니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박씨의 지도에 따라 스스로 일기 쓰기를 소중한 일과로 여긴단다.

이번 학년 초에도 학생들은 연례행사처럼 일기 쓰기를 귀찮은 숙제로만 생각했다. 일기 쓰는 법조차 모르겠다는 아이도 많았다. 박씨는 아이들과 1대1 면담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자기 얘기를 하면 대신 일기를 써주기도 했다.

학생들이 매일 아침 일기를 제출하면 박씨는 그 내용에 어울리는 답장 형식의 '사랑의 편지'를 써줬다. 상투적인 칭찬이나 조언이 아니라 박 교사 자신의 마음과 신변잡사까지 쏟아 부은 장문의 편지였다. 고민이나 어려움을 털어놓은 아이들은 따로 만나 상담도 진행했다. 이 같은 박 교사의 '일기 교육'은 그의 30년 교직생활 내내 계속됐다.

그는 30년 동안 방과후 학교 청소를 도맡아 해왔다고 한다. 학생들도 교내에 쓰레기가 보이면 먼저 나서서 줍는다. 그래서 박 교사 학급에는 청소당번이 따로 없다고 한다.

박 교사는 "일기 쓰기로 아이들과 마음 속 얘기까지 나눌 수 있으니까 학생 지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글=이재훈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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