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음악인들을 환영함(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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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 음악인들이 송년전통음악회에 참가하기 위해 8일 서울을 찾아옴으로써 통일의 초석을 마련하려는 남북한의 노력은 또 하나의 「선례」를 추가하게 됐다.
남북한의 다각적인 교류를 실현시키는 성과로서 또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잔치로 우리는 북한 음악인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는다.
남북한 관계에서 본질적인 문제는 지난 반세기 가까이 심화되어온 갈등구조를 극복하고 민족화합의 기틀을 하나하나 다져나가는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느냐는 데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한고위급회담을 비롯한 여러 차원의 교섭은 계속 이 본질적 문제 주위에서 맴돌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록 획기적인 진전은 없지만 우리는 이러한 여러 각도에서의 남북한 접근노력은 계속 접촉한다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해왔다. 너무 오래 단절된 상황에서 한번이라도 더 만나는 것이 상호이해의 바탕 마련에 도움이 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남북한 대화를 말할 때 다각적인 면에서 실질적 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 공통되는 점을 찾아내고 이해의 폭을 넓히고 서로 믿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로 입장이 다른 것만 내세워 평행선만 긋기보다는 서로 똑같은 바탕,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해간다면 단절의 틈새를 메우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남북한 음악인의 교류는 이런 당장의 현실적인 기능 외에도 사회·문화 등 여러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질화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비록 반세기 가까이 국토가 분단되어 있었지만 민족의 단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통음악은 우리 민족이 수천 년 간 지녀온 우리의 정신과 정서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한 문화유산을 함께 지녀온 우리는 이번 전통음악회를 통해 그 동질적인 유산을 다시 확인함으로써 지난 수십 년 간 남북을 가른 이념의 벽을 뛰어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비단 음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다각적인 학문·예술 등의 교류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문화의 통일체는 더 이상 단절의 지속을 방지할 수 있는 우리 민족의 능력과 역량을 키워주게 될 것이다.
이번 남북한 음악인들의 송년통일음악제를 단순히 일과성 남북한 교류의 한가닥으로서만 파악하지 말고 계속 다방면에 걸친 남북한 교류가 유기적으로 이루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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