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문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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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그렇게 한참 동안 의미 없는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면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모든 게 다 부질없어지곤 했는데, 그가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벽에 대고서라도 무슨 얘기든 털어놓고 싶을 만큼 외로운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그런 외로운 마음의 온도를, 냄새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때의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박상영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박상영은 청춘의 이별과 성장을 다룬 이 소설로 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