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쯤 거의 중매로 결혼|정무 제2장관실 「북한여성…」보고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북한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의 이모저모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연구서가 나왔다.
정무 제2장관실이 한국여성정치연구소에 의뢰, 펴낸 「북한여성의 실태」보고서에는 같은 동포임에도 그 생활을 너무도 모르고 지내온 북한여성들의 의식주생활·교육·문화활동·가정생활과 정치참여·경제활동 등을 어느 정도 알려주고 있다.
북한에서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생활영역은 역시 가정생활. 여성들은 23세 정도가 되면 부모나 친척, 특히 당 간부가 주선하는 중매에 의해 여성의 집이나 공원에서 선을 보고 본인들이 최종적으로 결정해 결혼에 골인한다. 이때 「행실이 똑똑하고」「동그랗고 쌍꺼풀인 얼굴의 예쁜 여자」가 참한 규수감으로 손꼽힌다는 것이다.
결혼식 날 신랑은 테트론양복을 입고 신부는 연 분홍빛 짧은치마 저고리 차림으로 신랑·신부 동시 입장을 한다. 결혼비용과 살림살이는 양가가 부담하나 주방용품만은 신부가 혼수로 준비.
북한은 이념적으로 남녀평등과 여성해방을 표방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여성이 가사노동을 담당하고 밖에 나가서는 남자들과 함께 노동해야하는 2중·3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해졌다.
북한여성들은 정치분야에도 열심이다. 입법기관인 최고인민회의에는 20%정도의 여성대의원이 있으며 지방인민회의에는 3명중 1명의 여성대의원이 선출될 만큼 여성정치 참여율이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위직으로 갈수록, 또 핵심 층으로 갈수록 여성의 수는 절대적으로 줄어들어 이들은 남북이 공통적으로 남성정치의 들러리나 장식품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경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