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의 「민족극」 운동 긴요|월간 한국연극 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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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굿이 연극이냐 아니냐」는 연극계의 논쟁이 민족극 양식의 개념 규정과 민족극 운동의 발전 모색을 위한 논의로 수렴되고 있다.
굿 논쟁의 매체가 되어왔던 연극 전문 월간지 "한국연극"은 최근 논쟁을 마무리짓기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 내용은 다음주초 발간될 "한국연극" 12월 호에 실릴 예정.
좌담회에는 굿 논쟁의 당사자인 "오구-죽음의 형식" 연출자 이윤택씨(부산 연희단 거리패 대표)와 "점아점아 콩 점아" 연출자 김명곤씨(예술극장 한마당 대표) 외에 전통극 양식의 연극적 수용을 추구해온 연출자 강영걸씨(극단 민예)와 현장 극 운동을 주도해온 연출자 박인배씨(극단현장)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좌담회에서 서구 정통 극 형식만을 고집해온 기성 연극계를 비판하며 민족적 정서를 담을 수 있는 민족 극 양식의 다양한 발전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또 민족극 발전, 나아가 연극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논쟁을 회피하는 평론계의 풍토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논쟁을 시작했던 이윤택씨는 "민족·민중이라는 보편적 개념이 사회적 상황 속에서 현실 비판적인 특수 집단의식으로 고정관념화 돼 문화의 다양성·포괄성을 제한하고 연극계의 갈등을 초래했으며 서구적인 연극형식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전통적인 굿·놀이 등 원형연극과 이의 현대화를 위한 시도들을 아예 연극으로 취급하지 않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져왔다"고 비판하고 "이 같은 고정관념이 서로간의 건전한 논쟁을 통해 허물어져야 연극계가 발전한다"며 논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논쟁 당사자인 김명곤씨는 "기성 연극계는 서구적인 연극양식을 기준으로 민족 극 운동을 평가했기 때문에 오해가 생겼다"며 "민족 극 운동 속에서도 여러 집단의 다양한 활동방향이 있으며, 이들이 갈고 닦아온 나름의 예술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영걸 씨는 "전통의 현대적 계승은 70년대 초반 이후 계속돼왔으나 제대로 정리되지 못해왔다"며 "우리 것을 찾고자하는 사람끼리의 발전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족극」이란 개념은 서구 전통 극 양식에 대한 비판과 대안으로 70년대에 나타난 「마당극」 개념의 확산으로 80년대 이후 전통 극 양식의 현대화를 의미해왔다. 민족극 운동은 88년 이후 「민족극 한마당」축제가 매년 개최돼오면서 연극계내의 비중을 높여왔으나 본격적인 논쟁은 거의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90년대 들어 「굿 논쟁」으로 시작된 민족 극 논의는 연극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로 주목된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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