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키우는 농부의 발자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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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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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들녘의 모내기가 사실상 끝났다. 고양이 손을 빌려야 할 만큼 한바탕 바쁜 시간이 휘몰아치고 지나갔지만, 농부는 아직 일손을 놓지 못했다. 전남 순천 들녘에서 한 아낙네가 논에서 모때우기(보식)를 하고 있다. 못 줄 중간중간 빈 곳을 찾아 논을 휘젓고 다닌 발자국이 선명하다. 트랙터로 논을 갈고, 이앙기로 모를 내고, 드론으로 약을 뿌리고, 콤바인으로 수확하기까지 기계는 농부의 수고를 덜어주지만, 작업이 완벽하진 않아 마무리는 언제나 사람 몫이다. 이앙기가 모를 내고 지나간 자리의 빈자리를 때우는 것은 여전히 농부의 일이다. 모를 내고, 모를 때우고, 물을 대고, 둑을 다듬고, 잡초를 뽑고…. ‘벼는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올가을 영근 벼들로 가득한 들녘에서 환하게 웃음 짓는 아낙네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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