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in] 국립극장 공연기획단 손주옥 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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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표적인 국.공립 공연장인 국립극장도 '뮤지컬 광풍'의 예외가 아니었다. 연초 프로듀서스를 필두로 와이키키 브라더스.메시아.지킬 앤 하이드.그리스.명성황후를 연속적으로 올렸다. 2006년을 뮤지컬로 시작해 뮤지컬로 마무리지은 셈. 공연기획단 손주옥(사진) 단장으로부터 이같은 현상의 원인과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왜 이토록 뮤지컬을 많이 올리는가

"일반 국민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아무리 국.공립단체라 하지만 국립극장 역시 수익성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른 공연 장르가 전반적으로 침체를 빚으며 관객의 외면을 받는 상황에서 순수 예술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국가단체라면 뮤지컬 중에서도 창작 분야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매년 1,2월과 7,8월엔 창작 작품을 우선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막상 심사에 오른 작품을 보면 명성황후와 와이키키 브라더스 외엔 마땅히 올릴 작품이 없다. 지원 차원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초연의 창작 뮤지컬을 몇 번 공연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규모가 있으면서도 장기간 끌고 갈 수 있는 힘있는 창작 작품은 아직 부재한 상태다."

-국립극장마저 이렇게 운영한다면 순수 예술의 설자리는 너무 좁아지는 게 아닌가

"고민스럽다. 그러나 국립극장 역시 혁신기관으로 선정돼 관객 유치로 벌어들여야 할 돈이 해마다 높게 책정되는 현실이다. 순수 장르만을 지원하기엔 우리 코도 석자다."

-해결책은 없는가

"근본적인 것은 정체성을 어떻게 정하느냐다. 지금처럼 뚜렷한 방향성 없이 그때그때 시류에 맞춰 움직인다면 국립극장 역시 대중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순수 예술을 고집할 것인가, 두 가지를 다 복합적으로 고려할 것인가, 철저히 수익성에 눈을 돌릴 것인가를 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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