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北 도시빈민 늘어…2004년 식량 중점 지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내년부터 북한 도시지역 빈민 가정에 중점적으로 식량을 지원할 계획이다. WFP 릭 코르시노 북한담당 국장은 지난달 30일 "그동안 식량배급에 의존해온 북한 도시지역 가정들의 상당수가 경제개혁의 과도기적 영향으로 실직하거나 불완전 고용상태에 놓이게 돼 가뜩이나 부족한 구매력이 더 악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식량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라며 "거주지역이나 고용상태에 따라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WFP의 이러한 조치는 지금까지 어린이.임산부 등에 초점을 맞춰온 대북 식량지원 대상을 지난해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도시지역 빈민 가정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코르시노 국장에 따르면, 북한 시장에서의 식량가격은 지난해 7월에 비해 4백% 가까이 상승한 반면 생산성이 떨어진 국영기업들은 일부 도시근로자들의 임금을 50% 이상 삭감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시 빈민 가정은 수입의 80%를 식량 구매에 소비하는 부적절한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한 북한전문가도 "지난해 7월 kg당 8전에서 44원으로 올랐던 북한의 쌀값은 현재 시장에서 1백85~1백95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반면 북한의 농촌지역 식량 사정은 도시지역보다 다소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농촌 주민들은 텃밭에 심은 농작물을 시장에 팔아 부수입을 올릴 뿐 아니라 돼지.토끼.닭 등을 키울 수 있어 도시지역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월급에만 의존하는 북한의 도시 주민들만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국제 식량기구가 북한의 도시 빈민층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동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