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를 초석 삼아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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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 총리의 방중에 대한 우리의 시각
북한이 이제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경제개방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8일 끝난 연형묵 북한 총리의 중국 방문 일정이 주로 중국의 경제개발 실상을 둘러 보는 데 집중되고 있는 사실은 앞으로 북한의 정책방향을 짐작하게 한다.
북한은 그 동안 합영법을 제정,외국자본을 유치해 경제를 활성화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외국 투자가들에게 제한적인 요소가 많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그 동안 중국서 성과를 보여온 경제특구 등을 통한 중국식 경제개방 같은 것이 검토된 적도 있으나 북한의 실정에 맞지 않는 것으로 꺼려왔었다.
그러나 이번 연 총리의 중국 방문에서 중국·일본 합작의 TV공장을 방문하고 중국의 대표적 경제특구인 심수를 찾아감으로써 이제 북한도 그러한 경제개방 형태에 적극적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북한이 최근 일본의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교협상을 서두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주목할 일이다. 소련으로부터의 경제지원 전망이 어두워지고 아직 유일한 이념적 지주이긴 하지만 중국의 경제지원도 별로 기대할수 없는 상황에서 자본주의 국가와의 협력형태를 참고하겠다는 의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형묵 총리의 중국방문 목적을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만 파악할수는 없다. 남북한 관계에서의 중국의 입장과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의 정치·경제적 접촉에 대한 전망 등도 북측의 커다란 관심사였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중국 지도자들의 회담결과 보도된 내용들은 주로 경제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북한대표단에 대해 한결같이 개혁·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는 중국측이 북한에 대해 현실을 인식하고 유연하게 대처해 개혁과 개방에 종래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이미 중국이 경험한 개방의 여파를 두려워 하기 때문에 그같은 정책전환을 꺼려왔음은 분명하다.
개방의 결과 결국 지난해 천안문사태와 같이 국민들의 더 많은 자유화 욕구를 분출시켜 체제를 위협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경제여건으로 보아 더이상 개방을 늦출 수 없게돼 일본의 경제협조를 구하게 되고 그 본보기로서 중국식 개방에서 모델을 찾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북한의 정책은 우리로서도 환영할 만한 것임을 우리는 여러 차례 표명했다. 다만 그러한 북한의 개방이 남한과의 체제경쟁을 의식한 나머지 너무 대외지향적으로 되지 않기를 우리는 희망한다.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외국과의 경제협력은 남북한간에도 실현가능성이 있는것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통일을 위해서도,국제적으로 점점 강력히 대두되고 있는 경제이익을 앞세운 민족주의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남북한간의 경제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의 길이 대외적 교류나 개방에 앞선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통일을 향한 건설적 정책임을 북측이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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