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모자라고… 정비도 겉핥기…/전철 위험안고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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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고장부품 다른 차서 빼내 써/월 30건 이상/파악도 제대로 안돼/손 달려 「2시간씩 정비」를 1시간으로
수도권 전철이 부품·정비인력의 부족으로 제대로 정비도 못한채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수도권 전철의 운행 및 정비를 맡고 있는 서울전동차 사무소가 작성한 「정비일지」에서 밝혀진 것으로 특히 여름철과 악천후때에는 정비불량으로 인한 사고가 잦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대형사고 위험마저 안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정비일지」에 따르면 전동차의 고장난 부품은 대부분 예비부품이 없어 정기점검을 위해 차고에 대기중인 차량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부품을 빼내 보충하는 하루살이식 「땜질 정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24일의 경우 1151호 전동차가 정기점검을 위해 입고된후 중간연결기·제상기 등 5개의 부품을 빼내 각각 1038·1058·1152·1052·1044호에 임시로 끼워넣은 것으로 밝혀졌고 그후 1151호는 출고할때 다시 입고된 다른 전동차에서 부품을 빼내 갈아끼운 것으로 일지에 기록돼 있다.
5백60량의 전동차중 매일 20량이 월 정기점검을 위해 입고되기 때문에 어느 전동차에서 무슨 부품을 언제 빼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부품의 「유용일지」를 만들어놓고 날짜별로 빼낸 부품을 어느 차에서 어느 차로 옮겼다는 것을 기록하고 있으나 기록하기 힘든 사소한 부품이 많은데다 제대로 정리하기가 힘들어 애를 먹고있다.
이같은 부품유용은 비상제동기 등 대형사고와 직결되는 주요부품이 월평균 15건에 이르고 사소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매월 30건 이상이나 되고있다.
검수원 박모씨(36)는 『당장 운행을 위해 임시변통으로 대기차량의 부품을 빼내 끼워 맞추고 있으나 갈아끼우는 부품도 낡은것이 많아 언제 무슨 사고가 날지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정비인력의 부족도 심각해 74년 경인선 개통당시 1백26량이던 전동차가 그동안 5백60량으로 4.5배 이상 늘었으나 검수원은 1백15명에서 2백33명으로 2배밖에 늘지않아 전동차 1량당 검수원이 0.9명에서 0.4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정상적으로는 정비요원 8인 1조가 10량 단위로 2시간씩 정비해야 되지만 인력의 절대부족으로 정비시간을 1시간 이내로 단축,구조적으로 완벽한 정비를 기대할수 없는 실정이다.<김남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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