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현안-농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농산물협상은 관계국 농업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우려하는 국내의 정치·사회적 저항은 UR성공의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UR협상에서 농업부문에 각별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농산물 협상과 관련, 우리 나라뿐 아니라 EC·일본 등지에서 각기 자국 농민의 입장반영을 요구하는 시외가 계속되고 있다.
EC가 진통 끝에 농업보조금을 30% 감축한다는 안에 합의했다고 전해진 6일 일본 농수산성의 한 고위관리는 『이제 UR협상의 연내타결은 없게됐다. 남아있는 문제는 미국이 어디까지 타협하느냐 하는 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EC측의 제안이 미국의 주장과 현격하게 차이가 있는 데다 역내 각국의 이해를 겨우 조정한 끝에 나온 제안내용은 EC로서는 거의 양보 여지가 없는 「최후통첩」 에 가까운 성격을 띠고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과 기타 농산물 수출국들의 모임인 케언즈그룹은 수출보조금과 국내농업보조금을 90%, 75%씩 삭감토록 하자는 입장에서 한치도 후퇴하지 않을 자세다. 반면 EC는 지난 86년 수준에서 30% 줄이도록 하자는 주장을 고수하고있다.
EC의 안이 발표된 후 야이터 미농무장관은 『EC가 내놓은 농업보조금 30%삭감 안은 아무 것도 제안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한 뒤 『EC는 세계무역을 왜곡시키지 말아야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EC의 30%삭감 안은 86년 이후의 삭감 분 10∼15%를 포함하고 있어 추후 삭감규모는 15∼2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구머 영국농무장관은 『미국이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보고 협상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는 한편 『EC안은 EC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주장, 삭감 폭에 대한 미국과 EC사이의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케언즈그룹에 속해있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은 EC가 보다 진전된 내용의 보조금 삭감 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UR협정에의 서명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GATT에서의 탈퇴를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일본 등 농산물 수입 국들은 공통적으로 식량안보·환경보전 등 농업의 비교역적 요소를 강조, 쌀 등의 농산품에 대해선 수입개방계획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농업문제로 UR협상의 연내타결이 위협받게 되자 미국과 EC는 막후절충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힐스무역대표는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라며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결국 UR협상의 농산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지금으로서는 정치적 결단뿐인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