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정치」는 국민 얕보는 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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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번 내각제개헌 합의각서 유출로 야기된 민자당 내분과 수습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많은 실소를 지었을 것이다.
정치인과 국민을 연기자와 관객사이로 비유한다면 관객을 위해 멋진 연기를 보여줘야 그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고 인기와 실리도 자연히 얻게 될 터인데 어찌된 셈인지 머리가 모자란 멍청한 연기자만 있어서인지, 그도 아니면 관객을 아예 바보로 안 탓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관객은 안중에도 없이 무대의 안팎에서 자기들 멋대로 실컷 치고 받고 하는 난장판만 벌이다 끝난 민자당 각서 파동은 다시는 보고싶지 않은 졸작중의졸작이다.
마치 곧 사생결단이라도 낼 듯 벼르고 벼르던 계파간의 싸움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싱겁게 막을 내린 민자당은 정말 누굴 위한 정당인가.
그렇게 싱겁게 끝내고 말·것을 싸우긴 왜 싸웠으며, 아니야 당기질 때문에 그렇게 되었노라고 사과하고 들어갈 것을 무엇 때문에 쓸데없는 소모전을 연출했는가. 정말 그렇게도 할 일이 없었던가. 참으로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똑똑하고 정직하며 존경스런 정치지도자를 갖고있지 못한 우리네 정치현실에 엄청난 비애를 느낀다. 오늘의 모든 사회병리 현상이 잘못된 정치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이 시대 정치지도자들은 정녕 모르는가. 아는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진정 그 정도의 정치수준밖에 안 된다면 당신들은 이 시대를 책임질 자격조차 없음을 절실히 통감해야 한다. 따라서 이젠 스스로 퇴진할 단계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세계는 날이 다르게 급변추세에 있고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인가 뭔가는 우리 농민들의 목을 점차 죄어오고 있으며, 과소비추방이다 범죄추방이다 하여 나라안은 온통 난리법석인데 정작앞강서 해결하고 모범을 보여야할 정치인들이 과연 이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시대흐름의 감각도 없이 수구적이고 복고적이며 자신들의 입신영달만을 위하는 케케묵은 정치꾼들의 물갈이 없이는 절대로 새시대가 열릴 수 없음을 국민들은 이제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분당은 공멸이다」운운하며 그때그때 위기만을 넘기려는 얕은 술수만을 쓸게 아니라 아직까지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살아있다면 이제부터라도 분골쇄신, 오로지 나라와 국민을 위한 봉사에만 전념하든지 아니면 일단은 여야정치를 복원시켜 할 일이 산적한 정기국회를 마친 뒤 아예 모든 기존의 정당을 해체, 지역성 탈피는 물론이념과 체질을 함께 하여 진짜동지가 될 수 있는 정치세력끼리 다시 정계를 개편해 향후 선거에서 국민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자신과 나라를 위하는 가장 현명한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남봉휘<부산시 동래구 연산6동 2122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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