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관중 외면'성남의 홈 팬 챙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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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기가 끝난 뒤 성남의 정철수 사무국장은 "눈물이 날 뻔했다"고 했다. 승리보다 그를 더 감격시킨 건 1만6800석의 탄천종합운동장을 가득 채운 만원 관중이었다.

성남이 지난해 플레이오프전부터 이곳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한 이래 처음 있는 만원 사례였다.

그 원동력은 무엇보다 경기의 질이었다. 고교 동창들과 경기장을 찾은 장혁재(23)씨는 "올 시즌 우리 팀(성남) 성적이 좋았고 상대가 스타 선수가 많은 수원이어서 관중이 많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은 응원전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수원 서포터 '그랑 블루'는 5000명이 넘는 대규모 응원단을 동원해 전반 중반까지 경기장을 압도했다. 성남 서포터 '천마불사'는 평소의 500명보다 6배나 많은 3000여 명이 응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성남 구단은 입장하는 관중에게 1만 개의 막대 풍선을 나눠줬다. 전반 후반부터 막대 풍선 소리가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후반전에는 오히려 성남 팬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어갔다. 성남은 올해로 일곱 번째 K-리그 정상에 도전하는 명문팀이다. 그러나 늘 관중에 대한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이는 곧바로 썰렁한 홈 관중석으로 이어졌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다"는 구단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경기가 성남이 진정한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성남=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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