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I세대(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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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한 일본 잡지에서 읽은 얘기다. 그전엔 학교 교실이나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떠들지 말라고 주의를 주면 아이들은 발자국 소리만 냈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해도 귀담아 듣는 아이들이 없다. 부모들은 도리어 한술 더 떠서 왜 아이들의 기를 꺾느냐고 항의까지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엔 이런 기사가 실려 있었다. 미국 젊은이들의 도덕적 수준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 원인을 분석하자면 한 타스도 넘는다. 텔리비전의 광고,「소비는 미덕」이라는 풍조,빈부의 격차,개인주의,가정의 붕괴 등이 그것이다.
하나같이 옳은 말이지만,워싱턴 포스트지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도대체 도의라는 것을 가르치는 데가 없다고 개탄한다. 마땅히 그런 일을 해야 할 가정,학교,교회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도의연구소를 차려놓고 있는 마이클 조셉션이라는 학자는 여기에 흥미있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었다. 미국의 젊은 세대는 「내몫 챙기기」(I­Deserve­Its)에 너무 철저하다는 것이다. 조셉션은 그 영문자의 머리글자를 따서 IDI이론(IDI­ology)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어디로 보나 비정상적이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자기중심적 사고,개인적인 요구와 욕망,자기권리 내세우기에만 집착하는 태도를 말한다.
한마디로 미국의 젊은이들은 미국사회의 도덕적 중심을 잡아주었던 정직,타인에 대한 존경심,책임감,공중도덕 등과는 담을 쌓고 지낸다. 도덕적 자제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고,인생의 목표가 오로지 성공,안락,개인적인 야망을 추구하는 데만 있다는 것이다.
장차 이들이 사회의 주역이 되면 세상은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오늘의 기성세대는 이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런 자문에 간명한 한마디로 자답하고 있다.
『가르치라!』 끊임없이 훈계하고,행동으로 교훈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요즘 우리 주위에서 하루가 멀게 듣고 보고 있는 가슴 철렁하는 일들은 경찰과 범인의 숨바꼭질로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근원적으로 우리의 가정교육,사회교육,학교교육이 잘못되었다는 반성들은 왜 안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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