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검역 강화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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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농무부 램버트 차관보는 17일 농림부를 방문,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한국 국민의 높은 관심은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불신하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램버트 차관보는 또 1월 합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이 검역 기준을 기존의 한.미 합의 수준 이상으로 강화하지 말아 달라는 뜻이다.

그는 이날 농림부 민동석 농업통상 차관보를 비공개리에 만나 미국 정부가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제출한 광우병(BSE) 국가 위험등급 평가 내용에 대해 설명하며 안전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OIE는 가축의 질병과 예방에 대한 국제적 위생 규칙을 만드는 단체로 광우병 발생 여부를 기준으로 청정국가와 발생국가 등으로 등급을 매기고 있다.

현재 청정국가로 인정받은 곳은 핀란드.스웨덴 등이며 한국은 자생적 발생이 보고된 적 없는 '잠정적 비발생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은 발생국가 등급을 받았다.

미국은 10월 초 그동안의 미국 내 광우병 안전조치를 근거로 OIE에 새로운 등급평가를 신청했다. 이어 최근 주요 쇠고기 교역 국가들을 잇따라 방문해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램버트 차관보는 이번에 한국을 포함해 이미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대만. 필리핀.태국 등 아시아 국가를 순방하고 있다. OIE의 잠정 평가 결과는 내년 2월 나오며, 60일간 회원국 의견수렴을 거쳐 5월 말 OIE 총회에서 평가가 확정된다.

한편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물량 전체에 대한 검사(전수 검사)를 당분간 계속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김창섭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당초 미국산 쇠고기의 네 번째 수입 건까지 전수 검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소비자의 우려를 고려해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월 30일 수입돼 현재 검역 과정을 거치고 있는 9t 분량의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X-선 이물질 검사 등에서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나면 다음주 중 통관을 마치고 시장에 유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림부는 수입산 살코기에서 척수 신경절 등 광우병 위험 물질이 발견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다시 전면 중지하고, 일반 뼈 조각 등 단순 이물질이 나오면 미국의 해당 작업장에 대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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