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농산물|농민-소비자 직거래 한마당|서강대서「한 살림 가족」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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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농촌 생산자와 도시소비자가 무공해 농산물을 직접 사고 팔면서 서로 도와「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뜻을 생각하고 정올 나누는 잔치 한마당이 11일 서울서강대 체육관에서 열렸다.
한 살림 공동체 소비자협동조합(조합장 이순로)과 한 살림 생산자협의회(회장 김영원)가 공동 주최한 이날 한 살림 가족잔치는 전국각지의 농민 1백여 가구와 서울주변의 소비자 6백여 명 등 1천여 명이 참석했다. 1백여 품목 무공해 농산물 즉석거래와 함께 풍물놀이·줄다리기 등 여흥을 곁들여「추수감사」의 흥겨운 잔치로 진행됐다.
지난 85년 강원도 원주에서 농민문제해결과 공해오염예방 등 생명공동체운동으로 시작한 것을 계기로 결성된「한 살림 모임」(회장 박재일·52)이 도농 직거래를 위해 소비자조합과 생산자협의회를 설립한 것은 88년 초.
이번 잔치행사의 전날 충북 음성과 강원지역의 쌀 생산자들과 소비자조합간의 추곡가격결정에서는 생산자들이『물가가 올라 곤란을 겪는 도시민들의 입장을 고려해 작년대로 받겠다』고 주장한 반면 소비자 측에서는 오히려 『생산경비증가를 고려,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 결국 80kg가마당 1만원을 올린 14만2천 원에 쌀값을 결정하는 흐뭇한 광경을 연출했다.
경북 봉화에서 생산된 무 농약 고추의 경우도 한 근에 4천 원을 주장한 농민들에게 소비자 측이 올려야 한다고 주장, 4천5백원 선에서 값을 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원주·대전·광주 등 전국 1백여 개 소비자조합에 1만여 가구가 가입해 있고 1백50여 농가가 생산자협의회를 구성해 한 살림 운동을 펴고 있다.
이날 잔치마당에서는 경남고성의 26개 농가가 무공해 재배한 밀로 만든 국수를 소비자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우애를 다졌고 도토리묵· 참기름·참깨·산나물 등 각종 농산품의 판매도 이뤄져 큰 인기를 끌었다.
농민 강문필씨(37·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5리)는 산 머루와 오미자즙 제품 20여 개를 가져와 1시간만에 모두 말았다며『생산한 채소를 평소에도 적당한 가격에 팔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날 잔치에 들러 무 농약 사과와 채소 등을 산 윤석희씨(41·의료업·서울 귀산동 177)는『가격이 조금 비싼 경우도 있지만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이어서 좋다』며『중간 상 이익을 없애 우루과이라운드로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도농 직거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협동조합장 박씨는『직거래 판매가 생산자들에게는 이윤보장과 함께 책임감을 높여 양질의 농산품을 생산하게 해줄 수 있으며 소비자들도 같은 생필품을 공동 구입하는 과정에서 이웃간의 연대를 되살릴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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