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두 남자」 얼굴몰라 “사투”/15개월간 한집 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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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다세대주택 옥상서 한밤 마주치자 “너는 누구냐”/서로 도둑오인… 격투끝에 추락 1명 죽고 1명 중상
1년3개월간 한 주택에 세들어 살아온 사람끼리 서로 얼굴을 몰라 한밤중에 마주치자 도둑으로 오인,싸움을 벌이다 옥상에서 떨어져 1명은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
9일 오전1시15분쯤 서울 구로6동 이동원씨(34) 집 2층 옥상에서 옥상 가건물에 세든 하길봉씨(35ㆍ배관공)와 1층에 세든 정보섭씨(45ㆍ무직)가 서로 상대방을 도둑으로 오인,싸움을 벌이다 7m 아래 땅바닥으로 함께 떨어져 정씨는 숨지고 하씨는 골반 골절상을 입었다.
정씨가 부엌에 설치된 LP가스가 나오지 않자 이날 가스통을 점검하기 위해 옥상에 올라갔을 때 때마침 밤늦게 귀가한 하씨가 옥상에 있는 그의 방문을 열자 정씨가 『여기는 우리집인데 너는 누구냐』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멱살을 잡고 덤비는 바람에 싸움이 벌어졌다.
하씨도 『여기는 진짜 내집인데 너는 누구냐』며 서로 멱살을 잡고 뒹굴며 5분여 동안 싸움을 벌이다 난간이 없는 옥상에서 함께 떨어졌다.
하씨는 경찰에서 『공사장 인부에게 줄 4백50만원을 갖고있어 불안하던 터에 낯모르는 사람이 덤벼들어 도둑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씨 집은 지하 1층ㆍ지상 2층의 다세대주택으로 5가구가 살고 있는데 정씨는 지난해 6월,하씨는 지난해 8월 각각 이사왔으나 층마다 출입구가 따로 있어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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