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두딸 “소리난다”/육영재단 이사장 싸고 잡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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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근혜씨 지지자 근영씨 취임 저지
고 박정희대통령과 육영수여사를 기리는 재단법인 육영재단 운영권을 둘러싸고 박근혜씨(39)와 근영씨(36) 자매의 지지자들간에 마찰이 표면화되고 있다.
3일 근혜씨가 돌연 육영재단 이사장직을 사임한데 이어 6일 서울 능동 어린이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근영씨의 신임이사장 취임식이 근혜씨를 지지하는 「박정희대통령ㆍ육영수여사 기념사업회」산하 근화봉사단원들에 의해 저지된 것이다.
근혜씨는 『재단운영권을 둘러싸고 자매간에 알력이 생긴 것으로 잘못 알려져 돌아가신 부모님께 누를 끼치기 싫다』며 근영씨와 협의한 끝에 이사장직을 물려주기로 하고 이사회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근화봉사단원 8백여명은 6일 오전11시 근영씨의 이사장 취임식이 열릴 예정이던 어린이회관 문화관을 미리 점거,「박근혜이사장 퇴임 반대ㆍ신임이사장 취임저지 결의대회」를 열어 취임식을 무산시켰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11년동안 육영재단과 육여사 기념사업회를 운영해온 박이사장(근혜)의 사퇴는 외부압력 때문』이라며 『재단과 기년사업회 발족이후 전혀 신경을 쓰지않았던 근영씨가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근혜씨와 근영씨 자매는 모두 어린이회관에 나오지 않았다.
이에 앞서 근영씨를 지지하는 「숭모회」회원 2백여명은 지난달 28일 어린이회관 정문 앞에서 근혜씨와 최태민고문(69)의 퇴진을 요구하며 1시간여동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유인물을 통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육영재단을 10여년간 전횡해온 최고문과 무능한 박이사장은 즉각 퇴진하고 근영씨를 신임 이사장에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마찰의 배경과 원인은 근혜ㆍ근영씨 자매 본인들이 외부와의 접촉을 극구 피하고 있고,측근들마저 일체 함구하고 있어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재단과 기념사업회 주변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자매간의 재산다툼 ▲근혜ㆍ근영씨 측근들간의 자리다툼 ▲외부세력의 개입 등 여러갈래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근혜씨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최고문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외부세력이 육영재단 운영에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부추겨 일어난 일』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난 3년간 박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영화ㆍ책 등을 내며 부모의 역사적 재평가 사업에 의욕을 불태워온 근혜씨가 갑작스레 사임할 이유가 없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또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근영씨가 재단운영권을 넘겨줄 것을 근혜씨에게 여러차례 요구하는 등 자매간ㆍ가족간의 알력이 측근들간의 대립으로 증폭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운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분규는 배경과 원인이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있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며,특히 근영씨 측근들은 8일 근영씨의 이사장 취임식을 강행할 움직임이어서 더 큰 마찰가능성도 없지 않다.<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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