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긴축완화」의 전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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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쟁력 강화,과소비억제 방안 확충돼야
이승윤 부총리의 6일자 기자간담회 내용은 정부의 내년도 경제운용 방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기술개발의 미흡,생산성 저하,인력부족 등으로 기업이 대외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지금까지의 경제운용이 통화관리에 얽매여 필요한 사업에도 돈을 쓰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고 스스로 비판한 뒤 「중대기로에 서있는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도 자동화ㆍ정보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시급한 만큼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이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소신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그는 또 일부에서 과감한 긴축정책을 주장하고 있으나 「긴축이 우리가 희망하는 바를 가져다 줄 수는 없다」고 말하고 공공요금 인상문제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억제하기 보다는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하면 그때 그때 조금씩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격정책을 펴나갈 것」임을 밝혔다 한다.
이같은 일련의 발언내용을 종합해 볼 때 현 경제팀의 내년도 경제운용 방향은 안정보다는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우선 순위가 주어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 부총리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의 문제가 국내산업의 대외경쟁력 약화에 있음은 2년간 계속되고 있는 수출부진과 국제수지 악화 등으로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문제의 극복없이는 날로 가열되는 국제경쟁사회에서 우리가 설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도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런만큼 우리는 우선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데 대해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리라고 본다.
또 공공요금에 대해 인위적 억제보다는 인상요인을 그때 그때 반영하겠다는 방침도 요금의 인위적 억제가 결과적으로 더큰 부담을 국민에 안기고 자원배분을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수긍할 점이 없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이 부총리의 이날 발언중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과 위험스런 요소가 담겨 있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물가문제를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있는게 아니냐는 걱정을 준다.
잘 알다시피 내년에 우리 경제가 안게될 또하나의 큰 문제는 물가상승이다. 중동사태로 인한 기름값 상승의 국내파급과 줄을 지어 기다리는 공공요금 인상,팽창예산과 지방자치 의회선거 등 이미 예고돼 있는 인상요인만 해도 내년의 물가는 올해에 못지 않거나 오히려 웃돌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리고 물가상승이 가져올 서민가계에 대한 압박과 산업경쟁력 약화,새로운 임금인상 요구의 유발 등을 생각한다면 물가문제는 결코 방치되어서는 안될 성질의 것이다. 이에 대한 구조적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 앞으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돈을 푼다해도 그 돈이 기술개발,자동화,정보화 사업에 집중되도록 하고 소비산업으로 흘러 나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이 부총리의 발언중 쌀이 남아도니 이중곡가제를 재검토하겠다는 내용도 지금의 어려운 농촌사정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이고 성급하다는 감을 준달. 실현성도 없는 얘기로 반발만 불러 일으킨다는 것은 한 나라 경제운용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삼갈 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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