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ㆍ소 한솥밥 먹을때 올것”/정주영회장­고르바초프 경협요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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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 생필품부족 한국의 도움 필요”/정회장 북한 개방에 소 협조 요청
소련을 방문중인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은 5일 오후 7시(현지시간) 크렘린 대통령집무실에서 만나 한소 경제협력문제등에 관해 요담했다.
이 요담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위원회 자문위원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요담에 메드베데프위원을 비롯,페트라코프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을 배석 시키는 등 형식적 만남에 그치지 않고 한소경협 문제에 대한 소련측의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정회장일행이 6일 아침 서울 본사에 알려온바에 따르면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자리에서 『소련은 현재 소비재 및 생필품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한국의 협조가 기대된다』고 말하고 『오는 20일 세미나 참석차 방한하는 메드베데프위원을 통해 노태우 대통령에게 본인의 친서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정회장에게 『귀국후 노태우대통령에게 이같은 내용을 잘 말씀드려 한소간 좋은 협조가 이루어질수 있도록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소련이 북한을 비롯한 관계국에 많은 조언을 해달라』는 정회장의 부탁에 『본인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소 수교가 북한을 위시한 이 지역의 개방과 안정에 큰 도움을 줄것이며 한ㆍ소ㆍ북한이 한솥에 밥을 지어 함께 나누어 먹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소련의 선진과학기술과 한국의 경제발전능력을 합치면 양국의 성장발전에 큰 도움을 줄것』이라며 현대의 시베리아ㆍ연해주개발에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또 최근 설치한 나홋카경제 특구에 한국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줄것을 새삼 강조하고 현대그룹의 시베리아ㆍ연해주개발에 대해서도 재삼 관심을 표명했다.
정회장은 얘기를 하기보다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말을 듣는 입장이었으며 경제 얘기보다는 동북아문제에 대한 개인의 견해를 주로 피력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특히 정회장은 평소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북한에 대한 소련측의 협조를 요망했다.<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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